2천억대 가상화폐 사기업체 적발..가수 박정운도 가담

  • 등록 2017-12-20 오후 4:15:51

    수정 2017-12-20 오후 4:15:51

(사진=연합뉴스)‘가수 박정운 가담’ 2000억대 가상화폐 사기업체 적발
[이데일리 e뉴스 임수빈 인턴기자] 2000억원대 가상화폐 다단계 사기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채굴기 운영을 대행한 업체 임직원과 최상위 투자자들을 재판에 넘겼다. 이들 중에는 1990년대 초반 노래 ‘오늘 같은 밤이면’ 등으로 큰 인기를 끈 가수 박정운(55)씨도 포함됐다.

인천지검 외사부(최호영 부장검사)는 사기 및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채굴기 운영 대행 미국업체 ‘마이닝맥스’의 계열사 임직원 7명과 최상위 투자자 11명을 구속기소 했다고 20일 밝혔다. 검찰은 마이닝맥스의 홍보 담당 계열사 대표이사인 박씨 등 3명도 업무상횡령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달아난 최상위 투자자 4명을 지명 수배했다.

이들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10월까지 가상화폐 ‘이더리움’을 생성할 수 있는 채굴기에 투자하면 많은 수익금을 가상화폐로 돌려주겠다고 속여 투자자 1만8000여 명으로부터 2700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더리움은 비트코인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시가총액이 큰 가상화폐다. 보통 가상화폐 등을 얻기 위해선 수학 문제 등 어려운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이더리움 채굴기는 이 문제를 풀어주는 고성능 컴퓨터이다.

마이닝맥스는 피라미드식으로 투자자를 모집한 뒤 하위 투자자를 유치한 상위 투자자에게 추천수당과 채굴수당 등을 지급했다. 최상위 투자자들은 1년간 1인당 최소 1억원에서 최대 40억원의 수당을 받아 챙겼다. 수당과 별도로 실적 우수자는 벤츠 등 외제차, 고급 시계, 순금 목걸이 등도 받았다.

마이닝맥스는 피해자들로부터 받은 2700억원 중 750억원만 채굴기를 사는 데 쓰고, 나머지 돈은 계열사 설립자금이나 투자자를 끌어온 최상위 투자자들에게 수당으로 줬다. 1000억원가량은 마이닝맥스 임원진이 해외에서 보유한 것으로 검찰은 추정했다. 그러나 투자자 수만큼 제대로 가상화폐를 채굴할 수 없게 되면서 수익금 지급이 지연됐고, 급기야 하위 투자자의 투자금으로 상위 투자자에게 수익금을 주며 돌려막기를 하다가 회장과 부회장은 해외로 도피했다.

가수 박씨는 홍보대행 회사의 대표를 맡아 올해 8∼10월 8차례 회사 자금 4억5000여만원을 빼돌려 생활비 등으로 쓴 혐의 등을 받았다.

마이닝맥스는 한국뿐 아니라 미국·중국 등 전 세계 54개국에서 유사한 수법으로 투자자들을 모집했다. 올해 6월 미국 하와이와 11월 라스베이거스 등지에서 대규모 워크숍을 열기도 했다. 검찰은 나라별 피해자 수가 한국 1만4000여명, 미국 2600여명, 중국 600여명, 일본 등 700여명으로 각각 추산했다.

검찰은 미국과 캐나다 등지로 도주한 미국 국적의 한국인 회장 A(55)씨 등 마이닝맥스 임원과 계열사 사장 등 7명에 대해 체포 영장을 발부받아 인터폴을 통해 적색수배를 내렸다. 또 회장 수행비서 등 4명을 조사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주범들이 해외에서 현재까지도 계속 범행을 하고 있어 피해 규모가 늘고 있다”며 “도주자들을 계속 쫓는 한편 범행 가담자들을 추가로 수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상화폐는 가격이 급등락을 반복해 수익 구조가 불안정한데도 투자 과열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며 “이번 사건 투자자들이 피해를 복구할 수 있도록 법령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수사 정보를 적극적으로 제공하는 등 협조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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