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에 따르면, 이 전 의원은 포스코의 사업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측근이 운영하는 회사 3곳에 물량을 몰아주도록 해 2009~2015년까지 26억원을 챙겨준 혐의를 받고 있다.
이상득, 박태준에 정준양 포스코 회장 선임 요구
이번 사건은 시작은 2008년 12월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 전 의원은 박태준 포스코그룹 명예회장을 직접 만나 당시 정준양 포스코건설 사장을 그룹 회장으로 앉히라고 요구했다. 당시 이구택 회장의 임기가 1년이나 남은 상황이었다. 이 전 의원의 지원사격에 힘입어 정 회장은 회장 물망에 오르내리던 다른 유력 인사를 제치고 2009년 2월 포스코그룹 회장에 취임했다.
정 회장이 취임한 뒤인 2009년 8월, 포항 신제강공장 증축공사가 인근에 군부대가 위치한 탓에 고도제한에 걸려 애를 먹게 됐다. 이때 이 전 의원과 포스코는 고도제한 문제를 해결해 주는 대가로 이 전 의원 측근이 운영하는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기로 합의했다.
여전히 고도제한 민원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 전 의원의 사촌 동생이 운영하는 청소관리업체 ‘뉴태양’과 지인의 사위가 운영하는 설계용역 업체 ‘원환경’이 2010년 7월과 12월 각각 설립됐다.
이권 챙겨 측근 생계지원…檢 ‘권력형 신종 뇌물사건’
검찰은 이 사건을 이 전 의원이 포스코 자금으로 측근의 생계를 보장한 수법을 띤 ‘권력형 신종 뇌물사건’으로 규정했다. 박씨는 1988년 13대 국회의원 선거부터 이 전 의원과 함께한 인물이다. 박씨는 이 전 의원이 2006년 지방선거 당시 공천헌금을 받은 점이 문제가 되자 대신 구속돼 처벌받기까지 했다.
이러한 거래가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점은 이 전 의원 스스로 인식하고 있었다. 이 전 의원은 올해 2월부터 이들이 운영하는 회사에서 각각 300만원씩 600만원을 받기로 했으나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없던 일로 했다. 포스코 측도 마찬가지로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자 박씨의 티엠테크 지분을 매입해 특혜 의혹을 감추려고 했다. 검찰 관계자는 “포스코 내부에서도 정상적인 거래가 아니고 문제가 있는 거래라고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이 재판에 넘겨지면서 포스코 수사는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검찰은 이르면 내달 초 정준양 전 회장과 정동화 전 부회장을 포함해 포스코 그룹 비리사건에 연루된 관련자 전원에 대한 사법 처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