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요동치자…기관투자자에 외환거래 내역 주문한 한은

지난해부터 일부 기관 매달 외환거래 내역 보고
"원달러 환율 상승에 유출입 현황 파악하는 듯"
직접거래 위주…간접투자 많아 보고내역 미미
  • 등록 2022-04-25 오후 3:27:33

    수정 2022-04-25 오후 9:19:06

[이데일리 조해영 기자] 한국은행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요 공제회 등 일부 기관투자자로부터 외환 관련 거래내역을 보고받기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기관투자자의 해외 투자 규모가 나날이 확대되는 가운데 지난해부터 환율이 요동치자 이같은 투자가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 전경(사진=이데일리DB)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기관투자자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로 한은에 매달 외환 관련 투자 현황을 제출하고 있다. 이들은 내부용 자료와 별도로 한은이 요구한 분류에 따라 자산군을 세분화해 거래 금액을 보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기관투자자 관계자는 “한은에서 요청이 와서 지난해 9월쯤부터 매달 대외 증권투자 현황을 제출하고 있다”며 “전체 금액 유출입 정도를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협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은이 기관투자자의 외환거래 내역 파악에 나선 것은 지난해부터 요동치기 시작한 원·달러 환율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긴축 논의에 나서기 시작하면서 환율 상승세는 가팔라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환율은 7월 연이어 연고점을 경신했고, 8월에는 외환당국이 구두 개입성 발언을 내놓은 데 이어 실개입으로 추정되는 매물이 풀리기도 했다. 올해 들어서도 외환당국은 “과도한 불안심리가 있는지 모니터링하고 있다”는 등의 공식 구두개입 등에 나서며 환율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한은이 기관투자자를 주목한 것은 이들의 해외투자 자산이 나날이 그 규모를 늘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연기금과 공제회는 수익률과 자산군 다변화를 위해 수년 전부터 꾸준히 해외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전체 자산이 늘어나는 가운데 포트폴리오상 해외투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대부분 증가하고 있어 금액은 늘 수밖에 없다.

대표적으로 자산규모 1000조원을 바라보는 국민연금의 경우 지난 1월 말 기준 해외주식 자산이 238조원, 해외채권 자산이 65조원 등으로 둘을 합하면 300조원이 넘는다. 국내 공제회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교직원공제회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전체 자산의 과반을 해외자산 투자로 가져갈 계획이다.

또 다른 기관투자자 관계자는 “시중은행 쪽은 금융감독원 등을 통해 현황 파악과 감독을 하는 것 같은데 공제회 쪽은 실태 파악이 안 되니까 얼마 전부터 자료를 받는 식으로 매달 리서치를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한은이 기관에 요구한 거래내역은 직접 투자 위주로 한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관들이 운용사를 통해 간접 투자하는 자산이 많은 만큼 실제 보고되는 거래내역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해외자산은 특히 직접투자하는 경우가 많지 않아 실제로 보고하는 내역은 적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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