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현장 이탈하고 '머뭇머뭇'…인천 흉기난동 CCTV 공개

  • 등록 2022-04-05 오후 4:11:44

    수정 2022-04-05 오후 4:24:38

[이데일리 권혜미 기자] 경찰관들의 ‘부실 대응 의혹’이 제기됐던 인천 층간소음 흉기 난동사건의 현장 CCTV 영상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영상 속 경찰관들은 범행이 일어난 빌라를 벗어나고 재진입을 시도하지 않는 등 허둥대는 모습을 보였다.

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한 피해자 가족 측은 “경찰의 직무유기 정황을 확인했다”며 경찰이 현장을 이탈하는 모습이 담긴 CCTV영상을 공개했다.

총 3개의 CCTV엔 사건이 발생했던 지난해 11월 15일 오후 5시 4분경 인천시 남동구의 한 다세대주택의 1층 건물 현관과 2층 계단, 주차장 쪽과 현관문을 멀리서 찍은 영상이 담겼다.

2층과 3층엔 별도의 CCTV가 없었으며, 사건은 3층에서 벌어졌다.

범행이 벌어졌음에도 현장을 이탈해 빌라 밖에 서 있는 출동 경찰관.(사진=피해자 측 제공, 연합뉴스)
당일 오후 5시 4분, 피해자 남편과 A경위는 비명 소리를 듣고 건물로 진입했다. 이어 7초 뒤 1층 현관으로 내려온 여경 B순경이 목에 칼을 꽂는 시늉을 하며 피해 상황을 설명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남편은 재빨리 계단을 뛰어 올라가 3층으로 향한 반면, A경위와 B순경은 건물 밖으로 나갔다. 결국 남편은 홀로 범인과 대치할 수밖에 없었다.

두 경찰관은 한동안 안으로 들어가지 않다 3분여가 지난 뒤 테이저건과 삼단봉을 꺼내 다시 빌라 안으로 들어갔다. 이후 5시 11분께 빌라 3층에서 범인을 데리고 나왔다.

사건 피해자 남편은 범행 현장인 3층으로 뛰어갔지만, 경찰관들은 빌라 밖으로 나갔다.(사진=피해자 측 제공, 연합뉴스)
피해자 측은 경찰관들이 빌라에 다시 올라온 후에도 범행 현장인 3층으로 곧장 올라오지 않고 2층∼3층 사이 공간에 수십 초 이상 머무른 것으로 추정했다.

이들은 “피해자 남편이 범인을 기절시킨 뒤 경찰관들이 (범인을) 연행했다고 한다”며 “경찰관들이 건물로 진입해 범인을 데리고 나가는데 넉넉잡아도 1분 30초 정도가 걸리는데 중간에 비어 있는 시간에 무엇을 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B순경이 착용한 ‘보디캠’에 현장 상황이 찍혔을 텐데 영상을 삭제해 진실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B순경은 삭제 경위에 대해 “보디캠 용량이 꽉 차 있어서 그랬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층간소음으로 갈등을 빚은 이웃 일가족 3명을 흉기로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 남성.(사진=연합뉴스)
앞서 지난해 11월 15일 오후 5시 5분께 인천시 남동구의 한 빌라 3층에서 40대 여성과 20대 딸 등 일가족 3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하려 한 혐의로 40대 남성이 구속기소 됐다.

여성은 범인이 휘두른 흉기에 목을 찔렸고 최근까지 의식을 찾지 못했으며, 얼굴과 손 등을 다친 남편과 딸도 전치 3∼5주의 병원 진단을 받았다.

A경위와 B순경은 부실 대응 논란 속에 해임됐다. 동시에 인천경찰청은 두 경찰관뿐 아니라 당시 논현서장과 모 지구대장도 직무유기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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