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증시와 커플링되나…급락 여파 고스란히 받은 코스피

코스피 지수 연이틀 1%대 하락
대만 증시 급락에 장중 3130선 밀려
중국 상하이 증시 0.61% 오른 것과 대조적
“대만과 산업구조 달라…디커플링 예상”
옵션만기 영향도 미미…낙폭과대株 대응
  • 등록 2021-05-12 오후 5:13:20

    수정 2021-05-12 오후 5:13:20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코스피 지수가 미국 증시 급락에 이어 대만 증시까지 흔들리면서 급락세를 보였다. 대만 TSMC의 실적 부진과 함께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대만 보건당국의 봉쇄 정책 격상 소식이 전해지면서 산업 구조가 유사한 한국 증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커졌다. 특히나 내일 옵션 만기일을 앞두고 외국인이 순매도까지 확산하면서 코스피 지수가 출렁였다.

다만 전문가들은 대만증시와 같이 국내 증시가 IT 비중이 크더라도 세부적인 구조는 다르다며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을 보일 것이라 전망했다. 이에 당분간은 낙폭과대 저평가 종목 중심의 대응을 권했다.

코스피 장중 2%대 폭락

12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7.77포인트(1.49%) 내린 3161.66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는 3209.36으로 전 거래일(3209.43)보다 하락 출발했다. 장 초반에는 미국 기술주 투매 진정에 힘입어 코스피 지수는 반등세를 보이며 3212.83까지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코스피 지수는 오후 들어 2% 이상 밀리며 3138.04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인플레이션 경계심리와 함께 대만 증시 급락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우선 지난 10일 발표된 TSMC 4월 연결 기준 매출은 전월 대비 13.8% 줄어든 1113억대만달러로 집계되면서 가뜩이나 불안했던 기술주에 대한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계기가 됐다.

또 코로나19 방역 모범국이었던 대만에서 지역사회 감염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대만 정부가 코로나 경계 단계를 격상한다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이 밖에도 지정학적 리스크, 양안(중국-대만) 관계 악화 우려도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만 가권증시는 이날 8% 넘게 떨어지다 4%대 낙폭으로 장을 마감했다. 결국 IT비중이 큰 대만과 산업 구조가 유사한 한국 증시에도 부정적 충격을 미칠 것이란 우려에 코스피 지수가 급락했다는 판단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 4월 대만 IT 매출의 모양새가 좋지 못했다”며 “컴퓨터 ODM 빅 4인 퀀타, 컴팔, 위스트론, 인벤텍 매출 합계가 전월보다 두 자리 감소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로도 마이너스로 전환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기에 미국의 주요 증권사들이 테크 업종에 대해 비중 축소 의견을 낸 것도 부정적으로 작용했다”며 “성장을 주도했던 ‘팡(FAANG)’류 주식을 줄이고 필수소비재와 산업재, 에너지 등으로 갈아타라는 주문이 있었다”고 전했다.

대만증시 발목 잡나…“디커플링 예상”

다만 전문가들은 대만 증시 급락 여파는 단기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대만 증시 급락을 통해 코스피 지수가 동조화 현상을 보이고 있으나 단기에 그칠 것”이라며 “무엇보다 TSMC의 4월 실적은 안 좋지만 점차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실제 시장에서는 5월과 6월 TSMC 매출이 각각 1275억대만달러와 1318억대만달러로 4월에 비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기술주에 대한 추세적인 하락을 우려할 단계는 아니라는 판단이다.

노근창 센터장은 또 “아이폰 생산 타격 소식이 전해지면서 대만 IT 종목들이 빠진 영향도 있는데 이는 말이 안 된다”며 “아이폰은 애초 2분기가 비수기인 데다 대만은 아이폰 비중이 크지만 국내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지난 11일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 애플사의 아이폰을 위탁생산하는 대만기업 폭스콘의 인도공장 직원들이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였고, 5월 말까지 공장의 진입금지 조치를 시행했다.

노 센터장은 또 “대만과 IT 비중이 큰 산업 구조가 비슷하다고 하지만 국내는 메모리 반도체 비중이 더 크다”며 “2분기부터는 메모리 반도체 관련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산업 구조가 비슷하다고 동조화 현상을 보이는 것은 비정상적이다”고 판단했다.

그는 이어 “최근 코스피 지수가 악재를 반영해 조정을 받았으므로 크게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대만 증시와는 디커플링 현상을 보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승우 센터장도 “대만 증시 등 주변국 부진이 단기 모멘텀을 악화시키고는 있으나 아직은 지켜볼 때”라며 “장기적으로는 코스피 이익 전망치가 올라가는 과정이므로 일부 차익 실현이 진행된 뒤에는 전고점을 테스트하는 상승 시도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코스피 영업이익 추정치는 212조6994억원으로 전년(142억4445억원) 대비 49.3% 증가할 것으로 집계됐다. 분기별로 보면 1분기 44조8140억원, 2분기 46조5042억원, 3분기 53조6926억원으로 상승 추세다.

내일 옵션만기 영향은

이날 외국인이 대규모 매도세를 보이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오는 13일 예정된 옵션 만기일 영향도 있다는 분석이나 지수를 짓누를 만큼의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 전망한다.

지난 3월 만기 후 미니선물 시장에서 유동성공급자(LP) 제도가 폐지되면서 더는 미니선물 LP(금융투자) 관련 헤지 물량이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실제 연초부터 3월 11일까지 미니선물 시장에서 일평균 거래대금은 5조9000억원인 반면, 3월 11일(금융투자의 LP제도 폐지) 이후 평균 2조2000억원으로 이전의 38% 수준으로 감소했다. 지난달 만기일인 4월 8일 만기 충격 감소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파생 만기일은 마녀의 날로 불리면서 변동성 확대 가능성이 크다고 여겨지지만 충격은 제한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노 센터장도 “옵션만기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코스피 지수 조정을 통해 낙폭이 과대했던 IT 종목 등을 중심으로 시장에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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