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최근 해운운임이 ‘V자’ 반등을 보이면서 해운업계가 반색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선사들이 선복량을 줄인 데다 최근 미주 지역을 중심으로 물동량이 늘고 있어서다. 다만 미·중 무역갈등 재점화 조짐과 코로나19 재확산에 대한 우려 등 불확실성은 여전한 상황이라 해운업계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 지난달 말 세계 최대 2만4000TEU급 컨테이너 2호선 ‘HMM 오슬로(Oslo)’호가 싱가포르에서 만선으로 유럽으로 출항하는 모습. 사진=HM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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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1015.33으로 일주일 전인 지난 5일 대비 89.83포인트(p) 급등했다. SCFI는 컨테이너선의 스팟 운임 흐름을 나타내는 지표로 컨테이너선사들의 수익성을 결정하는 지표다. SCFI는 지난 2015년 4월 이후 글로벌 선사들의 대형화에 따른 저가경쟁과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수요 감소로 줄곧 1000p 이하에서 형성돼 오다 지난 1월 초 잠시 1000p를 돌파하며 회복세를 보였다. 하지만 이후 전 세계에 불어닥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하락했다가 지난달부터 상승세로 전환했다. 미국이 경제활동을 재개하면서 물동량이 늘어난 것이 운임 회복을 이끌었다.
실제 지난 12일 기준 미주 서안 운임(USWC)은 1FEU(40피트 규모 컨테이너 1개 분량)당 2755 달러로 지난 5일 대비 623달러 급등했다. 이는 지난 2012년 8월 이후 가장 높은 가격이다. 미주 동안 운임(USEC) 역시 같은 날 1FEU당 3255 달러로 전 주 대비 517 달러 올랐다.
코로나19에 해운동맹 차원에서 선복량을 줄이며 공급을 축소한 것도 운임 상승을 이끈 주 요인이다. HMM이 속해 있는 디 얼라이언스(THE Alliance)의 경우 코로나19 이후 선복량을 20% 가량 줄였다.
미국에 비해 유럽의 물동량 회복은 더딘 편이지만 최근 긍정적인 신호도 감지되고 있다. HMM 관계자는 “최근 세계 최대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3대가 유럽으로 만선 출항했다”며 “무엇보다도 유럽에서 돌아오는 백홀(Back Haul·복화운송)도 만선이 예정돼 있는 것이 고무적이다”고 말했다.
컨테이너선 운임뿐 아니라 코로나19로 촉발된 브라질 철광석 광산 운영 중단과 이로 인한 중국의 철광석 재고 확보 노력으로 인한 물동량 증가에 힘입어 벌크선 운임 지수인 발틱운임지수(BDI)도 급등세를 나타내고 있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400 이하에 머물던 BDI는 지난 12일 기준 923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인 900 이상으로 올라온 것이다.
해운업계는 최근의 이 같은 운임 회복세를 반기면서도 아직 상황을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한국선주협회 관계자는 “미중 무역갈등이 본격적으로 다시 불거지면 물동량이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을 수 있는데다 코로나19의 영향권에서 아직 벗어났다고 보기도 어렵기 때문에 안심하기는 이르다”며 “선사들 입장에서는 국제유가도 오르고 있기 때문에 비용절감 노력 등을 꾸준히 하면서 물동량이 안정적으로 회복되기 전까지는 본격적인 공급 증가 등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