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반라시위' 입건 않기로…"공연음란·경범죄 적용 대상 아냐"

공연음란죄 적용 조건인 음란성과 거리 멀어
112 등 신고 없었고 타인에 불쾌감줬는지도 불분명
  • 등록 2018-06-04 오후 3:20:55

    수정 2018-06-04 오후 3:20:55

지난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페이스북코리아 앞에서 여성단체 ‘불꽃페미액션’ 회원들이 페이스북의 성차별적 규정에 항의하는 상의 탈의 시위를 하고 있다. 이 단체는 앞서 페이스북이 남성의 반라 사진은 그대로 두면서 여성의 반라 사진만 삭제하는 점을 규탄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열었다고 밝혔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신중섭 기자] 경찰이 반라 시위를 한 여성단체 회원 10명을 입건하지 않기로 했다. 시위를 진행한 동기와 과거 대법원 판례 등을 고려했을 때 이번 시위에 공연음란죄와 경범죄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지난 2일 오후 1시쯤 서울 강남구 역삼동 페이스북코리아 사옥 앞에서 상의 탈의 시위를 벌인 여성단체 ‘불꽃페미액션(액션)’ 회원 10명에 대해 공연음란죄 혐의 등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4일 밝혔다.

경찰은 해당 여성단체 회원들의 시위를 진행한 동기와 △과거 법원의 판례 △이들의 노출 부위 △방법 △시위를 벌인 날짜와 시간 △정도 △장소 등을 조사한 결과 이들을 공연음란죄로 입건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시위를 벌인 회원들의 행위가 공연음란죄를 적용하기 위한 조건인 ‘음란성’과 거리가 멀다고 밝혔다. 대법원에 따르면 ‘음란성’은 ‘일반 사람의 성욕을 자극해 성적 흥분을 유발하고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하는 것’이라고 판시하고 있다.

경찰은 경범죄를 적용하는 것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먼저 시위와 관련해 112 등을 통한 신고가 없었고 불법 행위가 있었는지도 현장에서 가려졌다”며 “타인에게 불쾌감을 줬는지도 불분명하고 5분도 채 지나지 않아서 몸을 가렸기 때문에 경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달 26일 해당 여성단체는 ‘월경 페스티벌’ 행사에서 상의를 탈의한 반라 시위를 벌인 뒤 찍은 사진을 페이스북에 게시했다. 페이스북은 사진 게시가 ‘나체 이미지 또는 성적 행위에 관한 페이스북 규정을 위반했다’며 사진을 삭제한데 이어 계정도 1개월 정지시켰다.

이에 해당 여성단체 회원 10명은 지난 2일 오후 1시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페이스북코리아 사옥 앞에서 상의를 벗은 뒤 “내 몸은 음란물이 아니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페이스북이 남성의 반라 사진은 그대로 두면서 여성의 반라 사진만 삭제하는 것은 성차별이라고 주장했다.

페이스북코리아 측은 다음 날인 3일 해당 여성단체에 사과의 메시지와 함께 “전체 화면에서 노출된 부분이 많은 사진은 알고리즘에 따라 자동적으로 삭제된다”면서 “이번 사진은 사회적 의미를 담은 것이기 때문에 규정 위반이 아니어서 사진을 복원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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