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이 와도 봄 같지 않다. 우리 경제의 중추인 수출이 이번달 들어서도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수출 코리아’의 이상전선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특히 국제유가 안정세 덕에 일부 석유화학제품 정도만 반등 기미가 보일 뿐 나머지 주력 업종은 회복이 난망한 상태다. “긍정적인 신호가 보인다”는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경제낙관론은 현실과 다소 괴리가 있는 것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3% 경제성장률은 ‘딴 나라 얘기’처럼 굳어질 가능성도 커보인다.
15개월째 수출 마이너스(-) 성장 불가피할듯
21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번달 1~20일 수출액은 237억72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2% 줄었다. ‘수출 쇼크’ 우려를 낳았던 지난 두 달(-15.7%)보다 더 낮은 수치다.
이는 “조업일수가 지난해보다 1.5일 적었던 측면”(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이 없지 않다. 특히 19~20일은 주말이어서 감소 폭이 유난히 커졌다는 설명이다. 주형환 산업부 장관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번달 수출에 대해 “예단하기 어렵다”면서 “삼성전자(005930)의 스마트폰 갤럭시S7 출시로 관련부품 수출이 늘고 유가가 1~2월에 비해 조금 상승해 석유 관련 제품이 호조를 보일 것”이라고 했다.
유일호 부총리도 이날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번달 들어 수출 감소 폭이 축소되고 자동차를 중심으로 내수지표도 개선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가장 큰 요인은 세계경제의 침체다. 좋은 상품을 만들어도 팔 곳이 없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4%로 전망하고 있는데, 이를 다음달 다시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전망치를 지난해 11월 3.3%에서 지난달 3.0%로 내렸다. 우리의 산업 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졌다기 보다는 오히려 세계경제 하락이 더 뼈아픈 것이다.
주대영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달 수출 상황 역시 연초보다 나아진 게 없다”면서 “당장 세계경제를 일으킬 만한 모멘텀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도체 LCD 2차전지 등 전자·IT에 밝은 주 연구위원은 “특히 중국을 바라보는 업계가 많아 더 버텨줘야 하는데, 지표가 계속 좋지 않다”면서 “수출 부진이 올해 내내 장기간 갈 수도 있다”고 했다.
조빛나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올해 세계교역량 전망이 지난해와 비교해 밝지 않다”고 우려했다.
세계경제 부진 직격탄…韓 3%대 성장률 난망
컴퓨터(80%), 섬유(75.0%), 평판디스플레이(72.2%), 무선통신기기(71.4%) 등 주력 업종을 성숙기로 본 응답도 상당했다. 중국의 추격이 거센 선박(26.1%), 섬유(25.0%), 평판디스플레이(22.2%) 등은 이미 쇠퇴기로 분류되고 있다.
수출이 부진하면 우리 경제에 직격탄이 될 수 밖에 없다. 당장 정부가 목표로 삼는 3%대 경제성장률은 물건너 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은행부터 다음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대로 하향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연구원(2.6%), 현대경제연구원(2.8%), LG경제연구원(2.5%) 등 민간 연구기관들은 이미 2%대 전망치를 내놓은 상태다.
금융권 한 인사는 “수출은 계속 부진한데 새로운 먹거리에 대한 해법은 보이지 않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면서 “사회적으로 그런 고민이 있는지조차 의구심이 들 때가 있다”고 했다.
경제계 안팎에서는 장기불황 조짐에 대비해 총체적인 대비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거시정책의 경우 그 효과가 불분명하지만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경제주체에 대한 심리안정에 효과를 볼 수 있다”(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는 주장도 일각에서 나온다. 산업계 구조개혁 체질개선에 더해 정책당국의 수단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다음달 총선 전까지는 국가적인 논의 동력이 멈출 수 밖에 없다는 걱정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