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개혁 논의, 숫자 매몰돼…사각지대 해소가 현실적"

野 김윤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방안 라운드테이블'
전문가 "1가구 1연금 자의적…특고·플랫폼 포괄 못해"
정부 "노무제공자 사업장 가입 전환…1분기 실태 파악"
출산크레딧 지적도…"건강보험 내듯 함께 내야" 제언
  • 등록 2025-01-03 오후 8:25:35

    수정 2025-01-03 오후 8:25:35

[이데일리 이지은 기자]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보험료율, 소득대체율 등 숫자에 매몰되면서 가입 사각지대에 대한 고민이 등한시됐다는 국회에서의 지적이 나왔다. 노후소득 보장이라는 연금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을 포괄하는 해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 단기적으로는 크레딧 제도, 노무제공자(특수형태근로고용자 및 플랫폼 근로자) 사업장 가입 전환 등을 통해 수급 대상자를 확대해나가되, 장기적으로는 모든 국민이 적정한 수준의 노후 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제도의 형평성을 조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가운데)은 3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방안 라운드테이블’을 공동 개최했다. (사진=이지은 기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방안 라운드테이블’을 공동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국민연금연구원,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참여연대 등 전문가들을 비롯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도 참석했다.

김 의원은 이날 개회사에서 “12·3 비상계엄으로 인해 촉발된 사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지만 이 와중에도 우리 사회의 중요 과제를 해결해나가야 하는 국회의 역할 때문에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전 국민연금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있으나 3명 중 1명은 사각지대에 놓여 있고, 이들은 우리 사회의 훨씬 취약계층이라 노후 소득보장 연금이 더 필요하다”며 “소득대체율을 1~2% 올리는 것보다 사각지대를 줄이는 게 더 중요하고 현실적인 문제인데, 국가의 재정 투입은 다른 국가 대비 굉장히 미미한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제도가 여전히 연령별·성별 격차가 크며 새로운 형태의 고용 등 사회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부가 그간 취약계층의 기여 이력을 늘리기 위해 적용범위를 늘리고 보험료 지원제도, 크레딧 제도를 도입하는 등의 정책을 펼쳤으나 여전히 제도는 복잡하고 보장성은 부족하다고 봤다.

정인영 국민연금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현행 1가구 1연금 원칙은 보험료 부담 능력의 개연성이라는 자의적인 기준을 추가해 납부예외자와 적용제외자를 인위적으로 구분한다”며 “2013년 3차 종합운영계획안을 발표하면서 단순화하는 방안이 추진됐으나 정치적 부담과 행정소요가 급증 등 다양한 이유로 중단됐다”고 설명했다.

유희원 국민연금연구원 연구위원은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정책공급측 요인으로는 정규직·전일제 남성 노동자 중심으로 제도가 설계돼 있고, 특히 특고·플랫폼 노동자를 포괄하기에 정합성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다”며 “제도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져 소극적으로 보험료를 하향 신고하든지 납부를 피하는 등 기여를 회피하고, 소득 파악 인프라도 미비해 이를 가중시킨다”고 부연했다.

정부에서는 노무제공자가 지역가입자로 분류된 만큼 완전히 대상에서 배제된 건 아니라고 강조했다. 2023년 6월 산재보험 입직신고 기준으로 보면 노무제공자라고 신고한 사람은 약 103만명으로 이중 76% 가량은 사업장·지역 가입자로 가입돼 있는 상태다.

박창규 복지부 국민연금정책과장은 “노무제공자 사업장 가입 전환 과제를 장기 검토해보겠다고 밝힌 바 있으나 사용주 부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점, 보험료 부담의 비율, 직종간 형평성 등 고민해볼 지점들이 있다”며 “무엇보다 현재 노무제공자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가 안 돼 있다는 진단 아래 지난해까지 관련 연구를 진행했고 올해 1분기 중 발표되는 최종 보고서를 통해 주요 쟁점들에 대한 방안을 마련해가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출산크레딧 제도를 첫째 자녀부터 적용해 사전 지급해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출산크레딧은 2008년 1월 1일 이후 둘째 자녀 이상을 출산(입양)한 경우 국민연금을 받을 시점에 가입 기간을 추가로 인정해 주는 제도다. 그러나 저출생 시대에 첫째 자녀부터 적용하지 않는 것과, 출산 행위 시점이 아닌 장래 연금 수급 시점에 인센티브를 주는 지원 방식 등은 여성이 처한 현실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문유진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대표는 “사실 지금은 국민연금 가입했던 분들 중 수급하는 분들 가운데 둘째 자녀를 낳은 분들이 별로 안 계셔서 크레딧에 대한 비용이 별로 안 나간다”며 “출생률이 떨어진다 해도 수급자들이 점점 많아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후세대 부담을 줄여주자는 쪽에서도 사전 지원을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연금에 대한 인식 자체를 노후 보장성을 안정적으로 가져가기 위해 미리 준비하는 개념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이은주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실행위원은 “사람마다 소득도 정서도 다르기 때문에 노후 안정성을 계속 돈으로 접근하다 보면 형평을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며 “건강보험 내듯 모두가 함께 국민연금을 낸다는 식으로 노후를 준비한다는 전향적 생각을 가지는 게 중요하며, 보험료 지원 방식이 아닌 준비 기간을 상쇄해주는 쪽으로 사각지대 접근을 달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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