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테크 특허 세계 3위지만…특정기술 편중·질적 성과 미흡
최이슬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12일 한은에서 열린 ‘2024 한국은행-한국경제발전학회 공동 심포지엄’에서 ‘탄소중립경제로의 길: 우리나라 기후테크의 현황과 과제’ 주제 발표에서 기후 테크는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기후변화에 적응하면서도 경제적 수익을 창출하는 기술로, 탄소 중립 전환을 뒷받침하는 핵심요소로 평가받는다며 이같이 밝혔다.
우리나라의 기후 테크 특허출원건수는 2011년부터 2021년까지 9개로 미국(41개), 일본(33개)에 이어 세계 3위다.
또한 우리나라 기후 테크 특허는 후속파급력(건당 피인용건수), 창의성, 범용성, 급진성 등 질적 성과에서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1∼2021년 10대 선도국별 기후 테크 특허의 질적 평가지표를 보면 2차전지·전기차·재생에너지 등 주력 기술분야에서도 대부분의 질적 특허평가지표가 10대 선도국 중 하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의 기후 테크 혁신이 중장기적 필요성보다는 단기적 성과에 집중됐다는 데 기인한다는 분석이다. 실제 2차전지·전기차·재생에너지 등 이미 상용화 단계에 진입한 기술분야는 2022년 기업 기후 테크 연구개발비의 65%(연구개발활동조사 기준)를 차지한 반면, 핵심유망기술인 CCUS는 1%(기후변화대응 기술개발 활동조사 기준)에 불과했다.
신기술 개발의 학술적 기반이 되는 기초연구에 대한 장기적 투자 부족도 질적 성과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기후 테크 특허의 학술문헌 인용건수는 2011∼2021년 특허 1건당 2.2건으로, 10대 선도국 평균(10.3건)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기후 테크 혁신을 촉진할 제도적 유인도 부족하다. 저탄소에너지기술에 대한 정부의 R&D 투자 비중은 2011년 3.8%에서 2021년 2.9%로 감소하며, 중국 제외 10대 선도국 중 최하위에 그쳤다.
최 부연구위원은 우리나라가 기후 테크의 ‘선두 개척자’로 도약하기 위한 혁신정책 방향으로 △정부의 R&D 지원 강화 △탄소가격제의 실효성 제고 △혁신자금 공급여건 확충 등을 꼽았다. 기업이 기술개발 성과를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R&D 활동이 기후 테크 중심으로 전환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탄소가격제는 정부의 R&D 지원 재원을 마련하는 데 기여할 수 있고, 반대로 탄소가격제로 발생하는 세수를 R&D 지원에 활용하면 기업의 반감을 완화해 탄소가격제의 원활한 운영에 기여할 수 있다.
최 부연구위원은 “탄소가격제는 기업에는 비용 상승의 압박을 받게 돼 부담이긴 하나 탄소가격제로 확보된 세수는 저탄소기술 혁신을 위한 R&D 자금으로 환류되도록 제도를 조화롭게 설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최 부연구위원은 “정부 R&D 지원과 탄소가격 인상, 기후 테크 벤처캐피탈 투자 모두를 40%씩 확대할 수 있다면, 혁신의 양과 질을 모두 반영한 기후 테크 혁신성과는 최상위국 수준에 이를 것으로 산출됐다”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