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가 또 들썩이나…인도, 물가 잡으려 쌀 수출금지 검토(종합)

인도 내 쌀 가격 올해 8%↑…인플레 압력 가중
"바스마티 제외 전품종 제한 검토…쌀 수출 80% 영향
3선 노리는 모디 총리, 내년 총선 앞두고 민심 달래기
인도, 세계 쌀무역 40% 차지…국제 곡물가 상승 우려
  • 등록 2023-07-13 오후 6:11:36

    수정 2023-07-13 오후 6:11:36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세계 최대 쌀 무역국인 인도가 인플레이션을 억누르기 위해 쌀 수출 금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슈퍼 엘니뇨 등 이상기후가 전 세계 작황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가운데, 쌀을 비롯해 이미 높은 수준을 형성하고 있는 국제 곡물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AFP)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바스마티(길쭉하게 생긴 쌀) 품종을 제외한 모든 품종의 쌀에 대해 수출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주식인 쌀 가격이 오르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중되고 있어서다. 인도 식품부에 따르면 델리의 쌀 소매 가격은 올해 약 15% 급등했고, 전국 평균 가격도 8% 가량 상승했다. 인도 경제지 이코노믹 타임스는 “주요 쌀 재배 지역의 강우량이 고르게 분포되지 않아 지난 10일 동안 최대 20%까지 급등했다”고 전했다.

인도에선 쌀 외에도 토마토 가격이 최근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6일 뉴델리의 토마토 소매 가격은 1kg당 120루피로 올해 초 22루피와 비교해 6배 가량 폭등했다. 아울러 이는 1리터당 약 96루피인 휘발유보다 비싼 가격이다. 이 때문에 맥도날드는 인도 북·동부 지역에서 토마토 사용을 중단하기도 했다.

인도 정부가 쌀 수출 금지를 검토하게 된 것은 인플레이션이 내년 4~5월로 예상되는 차기 총선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물가상승으로 민심이 악화하면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모디 총리는 총선 승리 및 3연임을 노리고 있다. 소식통은 블룸버그에 “정부는 인플레이션 위험을 피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인도는 지난해 5600만톤의 쌀을 수출했다. 이는 전 세계 쌀 수출의 40%에 달하는 규모다. 수출 금지 조처가 현실화하면 인도 쌀 수출의 80%가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즉 국제 쌀 가격이 다시 한 번 들썩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인도는 베냉, 중국, 세네갈, 코트디부아르, 토고 등 100여개국에 쌀을 수출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수출 금지가 인도 내 쌀 가격은 낮출 수 있겠지만, 국제 쌀 가격은 더욱 높일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 쌀 가격은 엘니뇨에 따른 작황 악화 우려로 이미 2년래 최고치로 급등한 상태다. 인도네시아, 중국, 필리핀 등 아시아의 주요 쌀 수입국이 올해 공격적으로 쌀을 비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쌀은 아시아를 중심으로 30억명이 넘는 사람들이 주식으로 삼고 있다. 올해는 엘니뇨 등 이상기후로 쌀 생산량이 급감할 것이란 우려가 크다. 이코노믹 타임스는 “쌀은 물을 많이 필요로 하는 작물인데, 일반적으로 아시아에선 엘니뇨의 기후 패턴이 강우량 감소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인도 쌀수출협회(REA)의 크리슈나 라오 회장은 로이터통신에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저렴하게 쌀을 공급하지만 정부의 새로운 최저가격 보상제 때문에 인도 내 쌀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고, 이에 다른 (국가) 공급업체들도 가격을 올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한편 쌀을 대체할 수 있는 다른 곡물들의 가격도 동반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에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밀과 옥수수 가격이 급등하자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쌀 가격이 함께 뛰었다. 당시 인도는 백미와 현미 선적에 20% 관세를 부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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