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1일 오전 중앙위원회 청사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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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준기 김영환 기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1일 신년사에서 평창올림픽 참가를 시사하는 등 이른바 ‘통남봉미’( 通南封美·미국을 배제한 남한과의 협상) 전략을 내밀면서 향후 남북관계는 물론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정세는 일대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전문가들은 남북대화의 물꼬를 텄다는 점은 평가하면서도 북한의 의도를 정확히 꿰뚫고, 스텝 바이 스텝(Step By Step)으로 차분히 대화에 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북한의 전략이 한미 관계를 흔들어 궁극적으로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전선을 완화하고자 하는 게 자명한 만큼 대화를 위한 대화는 자칫 돌이킬 수 없는 재앙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근식 한국국방안보포럼 대외협력국장은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북한의 다음 과제는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경제를 살리는 것”이라며 “국제사회와 꽉 막힌 관계를 풀 돌파구는 평창올림픽”이라고 말했다.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북한의 노림수는 평창올림픽 참가를 통해 제재 국면을 완화하는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이라며 “한미 간의 틈새가 생길 수 있는 것을 북한은 알고 있다”고 했다.
남북관계 해빙의 돌파구가 생긴 만큼 향후 북미회담 등을 위해서라도 김정은의 제안을 일부 평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의 순수성이 의심된다고 접근하면 협상이나 회담이 이뤄질 수 없다”며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북한이) 도발을 자제하면 남북대화는 물론 북미대화의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전제조건이 마련될 수 있다”고 봤다. 김용현 교수도 “인도적인 지원, 이산가족 상봉, 문화교류 같은 문제는 회담에서 충분히 논의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대화에 나서더라도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대세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당분간 평창올림픽에 한정해 실무회담으로 임하는 게 유리하다”며 “전선을 넓히면 (북한이) 한미군사훈련 중단 등 다른 일정을 들고 나올 수 있는 만큼 (향후 회담이) 복잡해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중국 관영 매체와 관변 학자들은 김정은의 발언을 나름 세세하게 분석했다. 2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영자 자매지 글로벌 타임스는 김정은이 ‘외교적 수완을 보여줬다’며 평창올림픽을 앞둔 중요 시점에 한국을 향해 평화의 손길을 뻗쳤다고 썼다. 그러면서 “미국에는 일상적인 강경 발언을 늘어놓았다”며 “전문가들이 올해 1분기가 한반도 대화 복귀의 중요한 전략적 기점이라면서 이 기점을 놓치면 상황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악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왕성 지린대 교수는 “북핵위기 해결의 근간은 남북 간 긴장 완화이며 그런 뒤에 북한과 미국의 관계 변화를 추진할 수 있다”고 했다. 다즈강 헤이룽장성 사회과학원 동북아연구소장은 “김정은의 제안은 중국·러시아의 환심을 사고 북한이 동북아 슈퍼 정치 게임에서 지속해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