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가스요금 조정 5월로 넘어가나…길어지는 여당 고심

지지율 하락에 요금인상 부담 커져
26일 한미 정상회담 대형 이벤트도
올리더라도 소폭 인상 가능성 무게
한전·가스公 재무위기 속 ‘전전긍긍’
  • 등록 2023-04-17 오후 6:50:34

    수정 2023-04-17 오후 7:31:34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2분기 전기·가스요금 조정에 대한 국민의힘 지도부의 고심이 길어지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지지율이 추락하는데다, 오는 26일 한·미 정상회담이란 초대형 이벤트를 앞두고 있어 요금 인상 결정이 다음 달로 밀릴 가능성도 거론된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왼쪽 3번째)이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기·가스 요금 민·당·정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17일 여당과 정부 등에 따르면 여권 일각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순방 복귀 이후인 5월에 2분기 전기·가스요금 인상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전기·가스요금) 인상에 대한 국민 인식이 있다면 빨리 결정해야 하겠지만, 현재 상황이 아직 그 정도로 무르익었다고 보기 힘들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따라 당초 4월부터 시행했어야 할 2분기 전기·가스요금 조정이 한 달 이상 미뤄질 수 있게 됐다. 정부는 분기별로 전기·가스요금을 조정할 때 통상 전월 마지막 날에는 확정·발표해 왔지만, 당정협의회는 지난달 31일 이를 잠정 연기했다.

정부와 전력업계 등에서는 오는 21일 쯤에는 요금 조정 발표가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한국전력(015760)공사, 한국가스공사(036460) 등 에너지 공기업들은 이에 발맞춰 5년 28조원의 비용 절감 외에 추가 자구안을 준비해 왔다. 하지만 여당내 기류가 바뀐 데다, 다음 주는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이 예정돼 있어 사실상 이달 내 발표가 힘들어 보인다.

여당은 요금 인상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부정 여론에 대한 부담이 큰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과 여당 지지도가 30%대 초반까지 하락한 현 상황에서 에너지 요금 인상으로 올여름 ‘냉방비 폭탄’이 터질 경우 국정 운영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그렇다고 ‘경쟁시장 원칙’이란 정부 국정과제를 무시한 채 마냥 동결을 결정할 수도 없다. 정부와 여당은 그간 문재인 전 정부가 시장 원칙에 어긋난 요금 동결 방침을 고수한 탓에 현 에너지 공기업의 재무위기를 초래했다고 맹렬히 비판해왔다.

이런 분위기라면 요금을 올리더라도 상승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7% 이상 올려야 한다는 주장하지만, 여당을 중심으로 2~3% 수준의 소폭 인상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정도 수준의 인상 폭으론 한전이 쌓아온 부채 탕감은커녕, 당장의 적자 상황도 막을 수 없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한전은 올 2월 기준 평균 킬로와트시(kwh)당 165.6원에 발전사로부터 전기를 사서 149.7원/㎾h에 기업·가정에 판매했다. 1㎾h당 15.9원, 총 판매량 기준 1조6000억원을 원가 이하로 판매한 셈이다.

한전이 지난해 발전연료비 폭등 탓에 32조6000억원의 사상 최대 적자를 낸 데 이어 올해도 10조원 가량의 적자가 예상된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한전이 적자 상황을 해소하려면 올 한해 전기요금을 총 1㎾h당 51.6원(약 40%) 올려야 한다고 보고, 연초 13.1원/㎾h(9.5%)을 올렸다. 2분기에도 최소 10원 이상을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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