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유독 짧은 장마를 기록했던 올 여름은 역대급 폭염과 집중호우, 잦은 소나기 등 여러 변화무쌍한 기상적 특징이 동시에 나타난 해로 꼽힌다. 기후변화로 기상 현상이 지역별 편차가 커지고, 단기적으로 급격한 변화가 나타나는 등 ‘기상변동성’이 심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상청이 15일 내놓은 기상학적 여름철인 6~8월의 기후분석 결과에 따르면 올 여름 장마철은 평년보다 늦은 7월 3일에 시작해 7월 19일에 종료했다. 중부·제주는 장마기간이 평년(31~32일)보다 2주나 적은 17일만에 종료해 1973년 이후 3번째로 짧았다.
평년에 비해 북태평양고기압이 느리게 북상함에 따라 장마철이 늦게 시작됐고, 7월 중순부터 동쪽에서 확장하는 북태평양고기압이 우리나라를 덮으면서 장마철이 평년보다 일찍 종료됐다는 것이 기상청의 설명이다.
장마가 짧게 끝나면서 뜨겁고 습한 공기가 오랜기간 누적된데다, 대기 상층의 티벳고기압까지 겹치며 열대야와 폭염이 기승을 부렸다. 역대 6번째로 무더웠던 7월이었다.
특히 지역적으로 보면 인구밀집도가 높은 서울은 역대급 폭염을 기록했다. 7월 중 절반 이상이 폭염(15일, 역대 3위)과 열대야(17일, 역대 2위)에 시달렸다. 전국 평균 폭염일수(8.1일, 5위) 및 열대야 일수(3.8일, 8위)와 비교해도 상대적으로 무더위가 더했다.
폭염일수는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일 때, 열대야는 밤사이(오후 6시 1분∼다음날 오전 9시) 최저기온이 25도 이상 유지될 때 공식 기록된다.
하지만 폭염도 8월 들어선 이틀에 한번꼴로 내린 비로 한풀 꺾였다. 8월 강수일수는 16.4일로 1973년 이후 13번째로 비가 잦았다.
올 여름은 북태평양고기압이 이례적으로 남북이 아닌 동서로 길게 정체하고 있다. 이같이 동서로 길게 누운 북태평양고기압의 모양 탓에 남쪽 지방에 물폭탄식 강수형태를 나타냈다. 우랄산맥과 동시베리아 부근에 상층 기압능이 발달해 우리나라 주변으로 북쪽 차고 건조한 공기가 자주 내려오면서 정체전선과 저기압이 형성되기 좋은 조건이 됐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올 여름 발생한 태풍 중 제9호 루핏과 제12호 오마이스, 제14호 찬투가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면서 8월 하순 이후 강수가 집중되고 있다.
박광석 기상청장은 “지난 여름은 천둥·번개·우박과 함께 요란했던 소나기로 시작해 짧은 장마철 중에도 지역적으로 폭염을 기록했고 장마철 이후에도 집중호우가 내리는 등 기후변동성이 뚜렷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한편 기상청은 제14호 태풍 ‘찬투’의 진행 경로가 예상보다 남쪽으로 이동하면서 진로조정, 추석 귀성길이 시작되는 17일 오전 제주 남동쪽을 거쳐 대한해협을 통과할 것으로 예상했다. 서울 및 경기북부는 이번 태풍 찬투의 간접 영향권에 벗어나는 반면 제주도, 전라, 경상권에 많은 양의 비를 뿌릴 전망이다.
특히 제주 진달래밭은 13일부터 이날 9시 현재 725mm의 누적 강수량을 기록, 이번 태풍 찬투의 영향으로 최대 1000mm의 역대급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