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시 59분엔 동료, 6시에는 남남"…이상한 4단계 지침

12일부터 수도권 전체 거리두기 4단계 적용
풋살 15명은 OK·탁구 복식은 NO...형평성 논란
'핀셋 방역 지침'에 현장서 혼란만 가중
  • 등록 2021-07-12 오후 4:50:07

    수정 2021-07-12 오후 9:30:40

[이데일리 이용성 기자] “식당서 5시 59분까지는 넷이 먹다가 6시 1분부터 두명씨 나눠 앉아 먹으면 되나요?”

새 거리두기 4단계 조치로 12일부터 수도권이 멈췄지만, 일부 방역 수칙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형평성에 어긋나고 기준도 모호한 ‘고무줄 방역지침’이 현실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현장에서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델타 변이 확산으로 팬데믹 이후 최초로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적용된 첫날인 1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먹자 거리’가 한산한 모습이다.(사진=연합뉴스)
풋살은 15명·탁구는 2명 이상 금지…업계 “형평성 없어”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신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는 1100명으로 지난 7일(1212명) 이후 엿새 연속 1000명대를 기록했다. ‘역대급’ 확산세에 방역당국은 12일부터 2주 동안 수도권 지역에 거리두기 4단계를 적용했다. 사실상 외출 금지에 해당하는 조치로 오후 6시 이전에는 사적모임은 4명, 이후에는 2명만 가능하다.

거리두기 4단계에서 방역 당국은 업종별로 세부지침을 내려 확산세를 막고자 했지만, 방역 수칙 기준이 모호하고,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운동을 격렬하게 하면 침방울이 멀리 튀기 때문에 감염 확산 우려가 있다는 근거로 세부지침을 정했다. 피트니스센터에서는 러닝머신 속도를 시속 6㎞ 이하로 유지하고, 줌바·에어로빅 등 그룹운동(GX) 종류 운동을 할 때는 비교적 느린 음악(120bpm 이하)을 의무로 틀도록 했다.

인원도 제한했다. 운동 종목별로 1.5배까지 모일 수 있어 총 10명이 경기하는 풋살은 15명까지, 18명이 경기하는 야구는 27명까지 모일 수 있다. 그러나 탁구는 복식 경기가 불가능하고, 골프는 사적 모임 제한 규칙이 적용돼 4명 이상 모여 있을 수 없다.

업주들은 현실에 맞지 않는 방역 수칙이지만, 울며 겨자먹기로 따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오성영 전국헬스클럽관장협의회장은 “복잡하고 세세한 4단계 규칙 속에서 체육관을 운영하는 것은 힘들다”면서도 “이렇게라도 운영할 수 있는 것도 감지덕지한 터라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 성북구에서 태권도장을 운영하는 이모(30)씨도 “다른 곳은 더 많은 인원이 수용되지만, 우리는 인원을 제한해야 한다”며 “방역 수칙이라는 것이 너무 형평성이 없고, 불공정하게 느껴진다”고 토로했다.

‘복잡한 인원 제한’…정부는 “사례별로 봐야”

사적 모임 제한인원과 시간 등 기준도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방역당국은 오후 6시 기준으로 ‘사회 필수적 활동’과 ‘비필수적 활동’을 구분했다. 낮에 식당·카페에서 4명이 들어갔다가 오후 6시 정각이 되면 2명만 남아야 한다. 골프를 치거나 등산을 하던 도중 오후 6시가 넘어도 마찬가지다.

또 퇴근길 택시에 3명이 동승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사적 모임을 목적으로 3인 이상 택시에 타면 방역 수칙 위반이다. 하지만 사적으로 모인 3명이 만원 버스나 지하철에 올라타는 것은 가능하다.

복잡하고 변수가 많은 3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조치에 대해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12일 브리핑에서 “사례별로 봐야 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결국 복잡하고 모호한 방역 수칙에 대한 부담은 고스란히 시민들이 지게 됐다. 서울 성동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A(71)씨는 “코로나가 2년째 돼 가는데, 아직도 곳곳에서 혼란이 발생하는 것은 정부의 탁상 정책 때문 아니냐”라고 하소연했다.

인근 카페에서 일하는 정모(28)씨는 “모이지 말라는 정부의 취지는 알겠다”라면서도 “아예 모임 인원을 딱 정해 놓으면 모를까, 5시 59분에 같이 얘기하던 사람들이, 6시 1분부터 서로 모르는 척하는 것이 우스꽝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12일 청와대에서 “여기서 막아내지 못한다면 더는 물러설 곳이 없다는 비상한 각오로 임하겠다”며 “확산세를 반드시 조기에 끊어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또다시 국민들께, 조금 더 참고 견뎌내자고 당부드리게 되어 대단히 송구한 마음 금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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