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리·또치·도우너’ 같은 옛날 만화 캐릭터부터 요새 아이들이 좋아하는 ‘스파이더맨·헐크·아이언맨’까지. 코로나19 전담병원인 서울의료원 의료진이 입는 하얀 방호복에 색색깔 그림이 피어올랐다. 이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 손소연(30)씨의 작품이다. 손씨는 “가볍게 시작한 그림이지만 동료들과 환자들이 내 그림을 보고 잠시나마 웃을 수 있어 기쁘다”라며 “다들 힘든 상황이지만 지치지 말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힘을 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
6년차 간호사인 손씨는 지난 3월부터 코로나 격리 병동에서 근무하고 있다. 답답한 방호복을 입고 일한지 벌써 열 달째다. 손씨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 10월쯤부터다. 의료진 방호복은 등쪽에 ‘X’, ‘O’ 같은 표시로 의사와 간호사 및 직급을 표시한다. 그러나 상황실에서 CCTV로 병동을 살펴 볼 때면 누가 누군지 구분하기 힘들다. ‘완전무장’을 하고 병동에 올라가면 시야까지 제한돼 마주쳐도 서로 알아보기 어렵다.
‘X자’ 대신 그린 손씨의 그림은 화제가 됐다. 의료진들이 서로 누군지 캐릭터로 구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손씨는 “처음엔 주위 동료들의 방호복에 만화 캐릭터를 그려줬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매우 좋았고 나중엔 직접 좋아하는 캐릭터를 그려 달라고 주문하더라”라고 웃었다.
낯선 공간에 입원한 어린 아이들도 그림을 보고 병원을 덜 무서워한다. 손씨는 “가끔 너무 어린 아이들도 병동에 입원하는데 무서워하다가도 그림을 보고 다가와 ‘여자예요, 남자예요’라고 물어보기도 한다”고 전했다.
|
손씨는 3개월 업무, 1주일 자가격리 후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다시 근무에 들어가는 생활을 반복하고 있다. 체력적으로 힘들었지만 자신이 감염된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도 컸다. 혹시 모를 가능성 때문에 기숙사에 사는 동안 부모님도 만나지 않았다.
손씨는 “8~9월에 확진자가 폭증했을 땐 방호복 밖으로까지 땀이 흘렀고 공격적인 환자들이 있어 힘들었다”며 “환자들이 병동에 갇혀 있게 되니 심정은 이해가 간다. 그러던 환자들이 퇴원할 때 웃으면서 고맙다고 하면 감동받는다”고 웃었다.
그는 방호복에 그림 그리는 날이 끝나길 기대한다. 코로나가 종식되는 날이다. 손씨는 “소원을 빌 수 있다면 얼른 코로나가 사라져 다들 마스크 없이 돌아다니는 일상생활로 돌아가게 해달라고 하고 싶다”며 “감염경로와 증상이 다양하고 후유증도 무서운 병이기 때문에 다들 거리두기를 잘하고 마스크를 잘 쓰고 다니셨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