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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정부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노조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경영계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가뜩이나 힘이 강한 노조에게 더욱 힘을 실어주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실업자·해고자 노조가입 허용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허용 △근로시간면제제도 관리규제 완화 등을 담은 노조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는 2일 ‘ILO 핵심협약 비준과 노조법 개정 방향’ 토론회를 개최했다.
김용근 상근부회장은 개회사에서 “ILO 핵심협약 비준을 이유로 한 노조법 개정안은 지금보다 노조에 힘을 훨씬 더 많이 실어주는 내용밖에 없다”면서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노조 단결권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면 사용자의 대항권도 비준 국가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유럽과 달리 기업별노조가 중심이어서 유럽 국가들에 비해 쉬운 파업이 가능하고, 유럽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사업장 점거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파업시 대체근로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경우 역시 선진국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세계에서 유일하게 사용자만 부당노동행위로 형사처벌까지 하고 있다.
이에 김용근 부회장은 핵심협약 비준과 함께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도록 노조의 사업장 점거 금지, 대체근로 허용,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규정 삭제, 노조의 부당노동행위 규정 신설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부안이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금지규정을 삭제하는 것에 대해 “노조전임자에 대한 사용자의 급여지급을 합리화하고 기업이 더 많은 노조전임자와 노조 활동시간에 대해 임금을 지급하도록 할 수 있는 소지를 담고 있으며, 노사 자율로 결정한다는 것은 노조 쪽으로 힘이 기울어진 우리나라 노사관계 속에서는 사용자가 노조전임자 문제 대응에서 더 양보할 수 밖에 없는 결과로 귀결될 것”이라고 하면서, 현행대로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금지규정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현재 대체근로가 허용되는 사람은 해당 사업과 관련이 있는 사람, 즉 노동조합 가입 범위에 있는 사람으로 한정돼 있고,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사람은 대체근로자로 투입될 수 없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고 전제하면서 “기업별 노동조합은 노동조합의 가입자격을 기업의 종업원으로 한정하기 때문에 그 기업을 단위로 해 대체근로 가능 여부를 판단해야 하지만, 만약 실업자나 해고자 등을 기업별 노조에 가입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면 대체근로도 이에 맞춰 더욱 넓게 허용되는 것이 논리적”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발제자인 김강식 항공대 교수는 “전임자 급여지급 금지조항과 그에 대한 처벌조항을 삭제하는 것은 그간의 노사관계 선진화를 위한 노력과 발전을 원점으로 되돌리게 될 것”이라며 “(이같은 내용을 담은) ILO 결사의자유 위원회 권고는 ILO 핵심협약에 명확한 근거도 없고, 우리나라 노사관계의 특징에 대한 부족한 이해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근로시간면제를 과도하게 부여할 경우 사용자는 부당노동행위로 처벌받을 수 있으나 이를 강요한 노조는 처벌대상이 아니므로, 결과적으로 노조가 근로시간면제제도의 취지에 반하는 무리한 요구를 하고, 사용자는 노사분쟁에 따른 경영부담을 고려하여 노조의 요구를 불가피하게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반복된다”는 점을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