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이미 집을 여러 채 보유하고 있고, (지역 개발) 정보도 많이 아는 당신들이 서민들을 위한 정책을 만들 수 있다고 자신할 수 있느냐?”
주거·부동산 정책을 담당하는 다주택 고위 공직자·국회의원들에게 거주 목적 외 주택을 서둘러 매각하라는 시민단체의 요구가 나왔다. 이들 단체는 정부와 국회의 부동산 정책이 국민의 신뢰를 받기 위해서라도 고위 공직자·국회의원이 솔선수범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참여연대 관계자들이 8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주택 국회의원 등의 주택 매각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박순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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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는 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거·부동산 정책을 담당하는 국토교통부·기획재정부 고위 공직자 중 31%(16명 중 5명),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기획재정위원회에 소속된 의원 중 29%(56명 중 16명)가 다주택자”라며 “부동산 정책과 입법을 담당하는 고위 공직자와 국회의원은 거주하는 주택 한 채를 제외한 나머지 주택을 한 달 내에 매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이들 단체는 주거·부동산 정책과 밀접하게 연관되는 고위 공직자와 국회의원들이 주택을 여러 채 보유하고 있으면 이들이 내놓는 부동산 정책이 국민에게 신뢰를 받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즉, 정책을 만드는 고위 공직자·국회의원이 다주택자인 이상 국민은 이들이 만드는 부동산 안정화 정책을 믿지 않을 것이란 의미다.
박용대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소장은 “고위 공직자들과 국회의원들이 주택을 여러 채 보유하고 있는데, 올바른 주거·부동산 정책을 만들 수 있겠느냐”며 “지금까지 올바른 정책을 만들지 못해 집값은 폭등했고 서민의 삶은 힘들어졌다”고 비판했다. 박 소장은 이어 “정부 정책이 신뢰를 잃으면 부동산 시장이 안정화되는 건 요원하다”며 “주택 시장을 안정화할 의지가 있다면 고위 공직자와 국회의원들부터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참여연대 측은 다주택 고위 공직자·국회의원들이 주거·부동산 정책을 담당하는 건 공직자윤리법상 이해충돌 방지 의무를 어긴 것이라고도 비판했다.
김주호 참여연대 사회경제1팀장은 “우리나라 전체 국민을 5000만명으로 본다면 전체의 4.4%(220만명)가 다주택자인데, 부동산 정책을 담당하는 국토위·기재위 의원들은 29%가 다주택자”라면서 “국민은 국회의원들이 국회에서 다주택자들에게 유리한 입법을 추진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김 팀장은 “공정한 입법과 행정을 위해서라도 이해충돌 가능성이 큰 다주택 국토위·기재위 의원들은 다른 상임위원회로 옮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강훈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도 “부동산 세제와 주거·부동산 입법을 담당하는 국토위·기재위 의원들만큼은 거주 목적 외 보유한 주택을 매각해야 한다”며 “국토교통부·기획재정부 3급 이상 고위 공무원들도 마찬가지로 주택 한 채를 제외한 나머지 주택을 매각하고, 만약 매각하지 않는 공무원들이 있으면 이들은 부동산 정책 결정 직무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이어 “주식도 백지신탁이 있는데, 부동산은 백지신탁이 왜 없느냐”며 “부동산 소유와 관련해 이해충돌 방지법을 이번 국회가 입법해야 한다”고도 촉구했다.
| 참여연대 관계자들이 8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와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의원 중 다주택 의원들의 이름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박순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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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단체는 또 투기 규제와 주거 안정을 위해 △보유세·실효세율 강화 △공시가격 현실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강화 △상환 능력에 따른 대출규제 강화 △등록임대사업자에 대한 과도한 세제혜택 폐지 △20년 이상 장기공공임대주택 대폭 확대 등을 정책과 입법에 반영해야 한다고 정부와 국회에 요구했다.
참여연대는 이 같은 내용으로 지난 6일부터 48시간 서명 운동을 벌였으며, 총 1323명이 서명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요구안과 서명 등을 국회의장실과 더불어민주당·미래통합당 원내대표실에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