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사업자 외에 정치권, 청와대 국민청원에까지 등장하면서 국민적 관심을 끌고 있는 모양새다. 국내에는 없는 대규모 생산시설과 숙련공을 이미 보유한 개성공단 봉제업체들을 재가동할 경우 국내수요뿐 아니라 전 세계 코로나19 관련 방역물품을 대량 생산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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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사흘째 마스크 5부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현장에선 약국에서 마스크를 사는 게 쉽지 않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전국 하루 마스크 생산량이 1000만장 불과해 5000만 명의 수요를 채우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김진향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은 “마스크 대란을 겪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개성공단 빗장을 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지난 6일 ‘코로나19 방역장비를 개성공단에서 생산하자’고 공개 제안했다.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에 따르면 사실상 코로나19의 팬데믹(대유행) 위기를 앞두고 국제사회의 이해를 구할 명분이 있는 만큼 정부의 의지만 있다면 대북제재 면제를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개성공단에는 월 100만장의 마스크를 생산할 수 있는 제조사 1곳, 면마스크와 위생방호복을 제조할 수 있는 봉제업체 등이 73곳 있다. 김 이사장은 “나락에 빠져 있는 입주기업들을 구해 경제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고, 마스크 대란을 막아 세계 감염병 예방에 기여, 남북관계 복원에도 전환점이 될 수 있다”면서 “개성공단에서 마스크를 생산해낼 수 있다면 1석3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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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벌크캐시(대량현금)의 북한 유입을 차단하고, 북한에 대한 투자와 합작 사업 신설을 금지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장벽을 넘어야 한다. 개성공단은 원칙적으로 유엔 제재 대상이 아니지만 부수적인 금융, 물품 반입 등의 문제가 제재와 연관될 수 있다.
게다가 2019년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 2차 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한의 도발 등으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는 더 촘촘해졌다.
무엇보다 당장에 북측 호응이 필요하다. 남북 모두 코로나19 방역에 집중하는 상황에서 남북 밀접 접촉이 필요한 개성공단 재가동을 논의할 유인은 높지 않아 보인다.
국내 여론도 문제다.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세가 꺾이지 않고 있고, 북한이 올해 들어 세 차례(2월 28일, 3월 2일, 3월 9일)에 걸쳐 화력타격훈련을 진행한 데 이어 두 차례 단거리 미사일(초대형 방사포 추정)을 발사하면서 개성공단 재가동이 또 다른 논란으로 번질 가능성을 정부는 경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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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대변인은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하는 취지는 공감을 한다”면서도 “지금 남북 방역상황에서 개성공단이 재가동된다면 남북의 인원이 실내에서 만나 밀접접촉을 해야 된다는 상황이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개성공단을 재가동하기 위해서는 시설 점검 기간이 필요한 점, 마스크 생산에 필요한 필터나 부직포 등의 원자재를 개성으로 반입하는 문제 등을 들어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지금 당장 추진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편 김 이사장의 공개 제안 직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관련 청원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지난 6일 게시된 청원의 경우 11일 오후 2시 기준 동의 수 1만명을 돌파했다.
개성공단은 경기도 개성시 일대 9만3000㎡ 면적에 조성된 공업단지다.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0년 6·15공동선언 이후 추진된 남북 교류협력의 하나로 첫발을 뗐지만, 지난 2016년 2월 박근혜 정부가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응하면서 전면 중단됐다. 개성공단기업협회 측에 따르면 개성공단 폐쇄에 따른 피해액은 투자자산과 유동자산, 공장 미가동에 따른 피해 등을 합쳐 1조5000억원 이상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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