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명 사망 40명 부상…고양 열수송관 파열 왜 피해 컸나(종합)

대규모 아파트단지와 백석역 연결하는 중심통로
주거·상업지역 밀집해 있어 행인 많은 곳에서 사고
올해로 매설 28년 된 노후관 부식이 원인으로 지목
지역난방공사 "임시 열공급 재개…완전복구 4일 소요"
  • 등록 2018-12-05 오후 4:36:38

    수정 2018-12-05 오후 6:23:51

한국지역난방공사가 긴급복구반을 투입해 파열된 열 수송관을 복구하고 있는 모습.(사진=정재훈기자)
[고양=이데일리 정재훈 기자]지난 4일 오후 전철3호선 백석역 인근 도로에 매설된 열 수송관이 터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로 손모(69)씨가 차량 뒷좌석에서 숨진 채 발견됐으며 40명이 화상 등 부상을 입었다. 인근 상가와 주차된 차량들은 거리로 흘러나온 온수로 침수 피해를 입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고양시를 비롯한 경기도 전역에 올 겨울 들어 첫 한파주의보가 발효되는 등 강추위가 찾아온 탓에 백석동과 마두동 3개 아파트 단지 2천861가구 주민들은 열 공급이 재개되기 전까지 약 11시간 동안 추위에 떨어야만 했다.

28년된 노후배관 압력 못이겨 파열

5일 한국지역난방공사 고양지사(이하 지역난방공사)에 따르면 지난 4일 오후 8시 41분께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동 장백로 노상에서 한국지역난방공사 고양지사가 관리하는 850㎜ 열 수송관이 파열돼 80도 이상 뜨거운 물이 인근 도로와 아파트 단지 안으로 쏟아져 나왔다.

지역난방공사는 사고 발생 1시간이 지난 9시 50분께부터 복구작업에 들어가 5일 오전 7시 55분께 열공급을 재개했다.

경찰은 현장감식 결과 노후 관로가 내부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파열된 것으로 잠정 결론냈다. 경찰은 한국지역난방공사와 하청업체 관계자들을 조사해 과실이 드러날 경우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입건할 계획이다.

경찰은 이날 현장에 과학수사대를 투입해 파손된 배관의 상태와 구멍 크기 등을 1차로 조사했고 주변 상가 점주들과 화상 피해자 및 난방공사 관계자, 배관 관리업무를 담당하는 하청업체 직원들을 조사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조사 과정에서 외부에서 촉발된 압력이나 파손 정황은 드러나지 않았으며 여러 관계자들이 배관 노후에 관해 진술했다”며 “필요하다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 받아 수사를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수사를 통해 과실이 있는 관계자는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형사 입건한다는 방침이다.

한국지역난방공사에 따르면 사고가 난 열 수송관은 1991년 택지개발사업 당시 매설 됐으며 해당 온수관의 내구연한은 50년이다. 파열된 열 수송관은 지하 2.5m 깊이에 매설된 두께 85㎝의 배관으로 파열된 부분의 크기는 40㎝가량이다.

지난 4일 사고 당시 열 수송관에서 뿜어져 나온 온수가 인도로 흘러 넘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순식간에 쏟아진 고온 온수·수증기 탓 피해 커

사고 당시 이곳을 지나던 손모씨가 운전하던 카니발 차량이 열 수송관 파열 당시 강한 압력으로 분출된 수증기가 밀어낸 지반 파편에 맞아 크게 파손됐고 손씨는 차량 내부에 고립된 채 사망했다. 또 이모(48)씨와 손모(39)씨가 쏟아져 나온 온수와 수증기에 손과 다리 등에 중화상을 입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장백로는 약 1800여 세대가 거주중인 흰돌3~5단지 아파트와 백석역을 연결하는 상업지구 사이에 위치하고 있어 저녁 시간 이곳을 지나는 많은 행인들이 갑자기 솟아오른 수증기와 뜨거운 물을 피하지 못해 인명피해가 컸던 것으로 지역난방공사는 분석하고 있다.

사고가 난 곳과 20m 떨어진 곳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고 있는 박순호(58·여)씨는 “땅속에서 수증기가 펄펄 나는 물이 솟구쳐 올라 인도를 덮쳤다”며 “물이 순식간에 성인 종아리 높이까지 차오른 탓에 미처 피하지 못한 행인들이 뜨거운 물에 화상을 입었다”고 전했다.

또 장백로 자체가 비교적 평편한 지반인데다 주변 상가 역시 지표면과 거의 맞닿아 있어 일부 침수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지역난방공사 고양지사 관계자는 “인명피해는 물론 주변 상가와 차량의 침수피해 신고 접수를 받고 있는 중”이라며 “아직 최종적인 피해현황을 파악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지하 열 수송관이 여러 갈래로 분산돼 있어 우회 공급이 가능해 한곳의 배관이 파손됐어도 열공급에 큰 지장이 있는 것은 아니다”며 “우선 임시복구작업을 완료해 열공급을 정상화 했으며 완전복구까지는 약 4일정도가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지역난방공사 고양지사 및 고양시 관계자들이 사고복구상황을 점검하고 있다.(사진=정재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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