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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차예지 기자] 한때 미국 실리콘밸리의 신데렐라로 떠올랐던 미모의 벤처 기업인이 희대의 사기꾼이 됐다. 14일(이하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바이오 벤처 기업 테라노스의 주가 조작 혐의를 조사하던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이날 테라노스와 창업주 엘리자베스 홈즈(34)를 상대로 10년간 업계에서 퇴출하는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홈즈도 이 처분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홈즈는 가지고 있던 테라노스 의결권을 모두 박탈당하고, 10년간 어떤 상장사에서도 관리자가 되지 못한다. 또 벌금 50만달러(약 5억3000만원)를 내야 한다. 또 사기를 통해 얻은 1890만주의 회사 주식을 반환하고 회사의 B주 보통주를 A주 보통주로 전환해 회사의 지배권을 해소하는 데에도 동의했다.
홈즈는 2003년 테라노스를 세웠다. 당시 나이가 19세였다. 스탠퍼드대 화학과를 자퇴한 그는 혈액 몇 방울로 70여가지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알약 크기의 채혈 용기를 개발했다고 주장해 바이오벤처 업계의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 벤처업계 큰손인 팀 드레이퍼 등이 줄줄이 뭉칫돈을 투자했고, 미국 전 국무장관인 조지 슐츠 등을 이사로 영입하기도 했다. 특히 홈스는 거침없는 언변과 목이 올라온 검은 티를 즐겨 입는 모습 때문에 ‘여성 스티브 잡스’로 불리기도 했다.
테라노스 기업 가치는 한때 90억달러(9조6000억원)까지 치솟았지만, 이후 의혹이 커지면서 나락으로 떨어졌다. 현재 테라노스는 연구소가 폐쇄됐고, 투자자 소송 등에 직면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