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B하나은행 '총사령관' 함영주 행장의 세 가지 화두

일류 지향, 영업력 제고, 화학적 결합
비서실장에 외환 노조위원장 출신 임명 파격
시너지 효과는 미지수
  • 등록 2015-09-01 오후 5:03:10

    수정 2015-09-01 오후 6:20:53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은행인 KEB하나은행이 1일 공식 출범했다. 초대 KEB하나은행장으로 취임한 함영주(왼쪽) 은행장이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으로부터 은행장 취임 축하 선물로 만년필을 전달받고 있다. (사진=하나금융)
[이데일리 이성기 기자] 일류 은행 지향과 영업력 제고, 화학적 결합….

1일 하나·외환 통합은행인 ‘KEB하나은행’의 공식 출범과 함께 함영주 초대 행장이 꺼내든 화두는 세 가지다. 통합과 함께 단숨에 자산 규모 국내 1위 은행으로 올라선 데 그치지 않고 ‘강하고(Strong) 위대하며(Great) 혁신적인(Innovation)’ 일류 은행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통합을 계기로 299조원에 이르는 자산과 가장 많은 해외 지점(20곳)을 갖춘 ‘메가뱅크’로 거듭났지만 하나·외환은행의 영업이익 성적표는 경쟁 은행에 비해 뒤처진 탓이다.

영업 제일 주의…‘야전 사령관’ 장점 살린다

함 행장은 자신이 강점을 지닌 ‘영업력’을 바탕으로 조직을 영업 현장 중심으로 재편해 이를 실현하겠다는 구상이다. 또 물리적 결합을 넘어선 화학적 결합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초대 비서실장으로 김지성 전 외환은행 노조위원장을 임명하는 ‘파격’을 보임으로써 향후 인사나 경영을 투명하게 이끌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함 행장은 이날 서울 을지로 옛 외환은행 본점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출범식 후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영업 제일주의’라는 강한 정신력을 바탕으로 모든 역량을 현장 중심으로 확 바꾸겠다”고 강조했다. 하나은행 충청사업본부장(부행장) 시절 ‘야전 사령관’으로 보여준 실력을 십분 발휘해 리딩뱅크 자리를 탈환하겠다는 선전포고를 한 것이다. 함 행장은 영업력 강화 복안으로 “협업과 팀워크를 강화해 조직 내 선의의 경쟁, 건전한 경쟁을 통해 성과 극대화를 이뤄낼 것”이라며 “모든 부분을 영업 현장 중심으로 재편하고 지역별로 특화해 각 지역에서 최고의 일류 은행을 실현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통합 행보 2탄’은 비서실장 임명이었다. 내정 직후 가장 먼저 외환은행 노조를 찾는 등 통합 행보를 보인 함 행장이 비서실장으로 김 전 외환은행 노조위원장을 선택한 것은 양 은행의 화학적 결합을 성공시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함 행장은 “기업 문화가 합쳐질 수 있도록 몰입할 수 있는 시기는 통합 후 3개월”이라며 “가장 빨리 화학적 결합을 이루는 게 뭘까 고민한 끝에 비서실장으로 김지성 전 노조위원장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자신 역시 피합병 은행(서울은행)출신인 만큼 조직 간 화합과 포용을 우선한 조치로 풀이된다.

시너지 효과 …기대 반 우려 반

‘야전사령관’을 거쳐 ‘총사령관’ 자리에 올랐지만 함 행장이 헤쳐나가야 할 과제는 만만치않다. 자산 규모·해외 지점 업계 1위, 국내 지점(945곳) 및 직원 수(1만6368명)는 KB국민은행에 이은 2위권으로 올라서며 ‘리딩뱅크’ 대열에 합류했지만 기대만큼 통합의 시너지가 날지는 불투명하다. 함 행장 역시 수익성 제고 방안을 “가장 고민스럽고 중요한 부분”이라고 인정했다. 함 행장은 “기존의 예대마진으로 수익을 내기는 쉽지 않다”며 “통합을 통해 올라간 인지도를 바탕으로 마케팅을 강화해 고객 기반을 확대하고 IB·자산관리·글로벌 부문을 대폭 강화해 수익을 다변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계좌이동제 확대 시행 등 금융권 지각 변동에 대한 대응책도 밝혔다. 함 행장은 “KEB하나은행의 거래 혜택을 패키지로 담은 ‘행복 노하우 주거래 우대 통장’과 ‘행복 투게더 주거래 예·적금 통장’을 출시했다”며 “10월에는 하나금융그룹의 통합 멤버십인 ‘하나 멤버스’도 출시한다”고 설명했다. ‘하나 멤버스’의 경우 은행·카드·증권·캐피탈·생명·저축은행 등 그룹의 모든 계열사들의 거래 실적에 따라 전용 포인트인 ‘하나코인’을 적립해 고객이 이자도 낼 수 있고 적금도 부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함 행장은 “스토리를 담은 신상품을 계속 개발해 고객에게 다가서겠다”고 말했다.

통합 시너지를 위한 전산 통합은 내년 6월 7일 완료할 예정이다. 함 행장은 “전산통합은 시기도 중요하지만 안정성이 더 중요하다”며 “전 영역에 걸친 정밀 점검을 통해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통합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도 ‘함영주 호(號)’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김 회장은 이날 “통합 은행 출범으로 제2의 도약기를 맞았다”며 “해외와 비은행 부문 확대에 주력해 리딩 금융그룹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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