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과학자는 의사이면서 기초의학과 과학을 연구하기 위해 체계적인 훈련을 받은 연구자를 뜻한다. 의사 자격(MD)과 박사학위(PhD)를 모두 보유해야 한다.
이들은 기초과학과 임상 분야에서 지식과 경험을 두루 갖춰 임상 의사들이 하기 어려웠던 기초 연구활동을 하면서 연구 결과물을 적용해 의과학 혁신을 이끌 주역으로 기대를 모은다. 기존 의사 역할이 환자에 대한 진료가 중심이었다면 미래 의사들의 역할 중 하나는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유전체 분석 등을 결합해 신약 개발 등에서 성과를 내고 이를 발판으로 새로운 기술이나 산업 발전을 이끌어야 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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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보건산업브리프 기준에 의하면, 의사과학자는 기초의사과학자와 임상의사과학자로 구분한다.
두 분야 모두 의학계열 학과에 진학한 뒤 의사 자격증을 취득해야 한다. 그런 뒤 의과학대학원 또는 의과대학원에 진학해 대학원 과정 수련을 받아야 한다.
임상의사과학자는 통상 전공의를 딸 때 임상의사연구자로서 진료와 연구를 병행하거나 진료 없이 연구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반면 기초의사과학자는 기초의학 연구나 교육업무를 선택하는 것이다.
국내 주요 과학기술원도 의사과학자를 양성하고 있다. 현재 의사과학자를 양성에 적극적인 대학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 포항공대(POSTECH)이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라 의사과학자의 역할이 중시되면서 POSTECH은 융합대학원에 의과학전공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의사 자격증은 없지만 생명과학, 자연과학 등 다양한 학부를 졸업한 학생들이 박사학위를 받으려고 의과학대학원에 진학하는 경우도 있다. 의사면허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다르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지난달 의과학대학원을 개원한뒤 울산대 의대와 협력해 교육 과정을 개발하고, 학생 교류를 하는 등 의과학자 양성에 힘쓰고 있다. 의사 자격 소지자를 대상으로 한 혁신의학 전공자를 모집하면서도 이공계 학사 학위 소지자 대상 의과학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배성철 UNIST 의과학대학원장은 “UNIST는 기존 병원이나 의대와 협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의사과학자 양성을 하고 있다”며 “UNIST 학생과 울산대 의대 학생 70명이 참여하는 학생교류 프로그램을 시작했고, 이후 대학원 진학 등을 통해 공학적 관점의 의과학자를 육성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지금의 의과학대학원 체계에서는 의사들이 지원해야 한다는 점에서 의사과학자를 키우는데 제약이 있다.
대부분 임상의사의 길을 택하고, 기초의사의 진로를 선택하는 학생은 희귀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과학기술원들은 의과학대학원만으로는 미래 바이오의료 환경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보고, 의학전문대학원 설립을 준비 중이다.
쉽게 말해 과학과 공학을 아는 의사도 중요하나, 의학을 아는 과학자나 공학자도 키워서 의사과학자의 저변을 넓히겠다는 취지다.
KAIST는 과학기술의학전문대학원을 설립해 이공계 인재를 선발한 뒤 의무석사(4년), 공학박사(4년)를 교육해 의사과학자 양성할 계획이다.
GIST도 학사학위 소지자를 선발 한뒤 의무석사과정을 통해 융합의학 교육을 받아 의사 자격을 취득하게 하고, 박사과정에서 융합의학연구를 수행해 공학박사 학위(PhD)를 주려는 준비를 하고 있다.
다만, 여러 부처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데다 의료계의 협조는 관건이다. 과학기술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과학기술원들이 의사과학자 양성을 추진하고 있으나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다양한 부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조심스럽다”면서 “과학기술원들의 동향을 살펴보고 있다”고 전했다.
정의헌 GIST 의생명공학과 학과장은 “GIST의 의과학 융합 교육, 연구 역량을 바탕으로 과기의전원을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며 “의전원이 현실화되면 궁극적으로 경제적·사회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새로운 유형의 인재 양성과 연구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의료계와의 소통이 중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