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정현 이유림 이상원 기자] 청와대가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 유예 주장에 공개적으로 반대하면서 이를 주장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의 마찰이 예상된다. 이 후보의 의지를 뒷받침하기 위해 관련 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할 것으로 보였던 민주당에도 제동이 걸린 모양새다.
청와대 정책 컨트롤타워인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은 16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지금 주택시장 상황이라는 것이 매우 민감하고 중요한 전환점이기 때문에 다주택자 양도세 같은 어떤 근간에 대한 논의는 상당히 신중해야 한다”고 반대입장을 명확히 했다.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2차 국가인재 영입발표에서 마스크를 고쳐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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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점상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를 말하기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 청와대의 생각이다. 이 실장은 “장기적으로 보면 보유세는 지속 강화하되 거래세는 완화해야 한다는 방향성에 대부분 전문가가 공감할 것”이라면서도 “정책의 선택에 있어서 타이밍이나 시점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현재로선 다주택자 양도세 문제를 공식 거론하기가 매우 조심스럽다”고 강조했다.
이 실장은 현재 주택시장 상황과 관련, “지난달 말과 비교해 한 단계 더 하향 안정화 쪽으로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유동성과 저금리, 금융대출, 가격상승 지속기간, 다주택 보유부담, 인구구조까지 보면 더이상 시장에서 가격을 떠받혀 올릴 에너지가 없어지고 있는 상태”라고 진단한 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완화가 오히려 주택시장 안정을 깨뜨릴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 실장은 “(유예) 논의가 있으면 오히려 매물이 안 나오고 잠기게 된다. 오히려 수요를 부추기는 측면도 있다”고 했다.
한편 이 후보의 해당 주장은 지난 12일 경북 김천에서 이뤄진 현장 기자간담회에서 나왔다. 이 후보는 당시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계속 갖고 있는 ‘잠김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내가 낸 아이디어는 1년 정도 한시적으로만 (양도세 중과세를) 유예하는데, 6개월 안에 처분을 완료하면 중과 부분을 완전히 면제해주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당내에도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에 대해서는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원내 지도부조차 부정적이었을 정도다. 이 후보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에서 제동을 걸면서 임시국회 내 법안처리는 쉽지 않아 보인다. 민주당 원내 핵심관계자는 “12월 임시 국회 내 처리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 후보는 지속해서 정부와 충돌하고 있다. 이 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진행된 인터넷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권한 과잉을 지적하고 “예산편성 권한을 기재부로부터 분리하는 게 바람직하다. 내부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또 기재부가 코로나19 상황에서 재정 확장에 반대하는 것에 대해서도 “이해하기 어렵다”며 “(기재부는) 분배는 성장의 반대 개념이고, 복지는 경제의 반대 개념이라는 고정관념에 빠져 있다”고 힐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