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걸 "유재수 감찰, 통상 절차 없이 중단" vs 조국 측 "민정수석 권한"

감찰무마 의혹 첫 재판…전 특감반장 증인 신문
"통상절차와 달라…향후 문제될 수 있다고 생각"
조국 측, 감찰 개시 또는 중단 민정수석 권한 강조
감찰 비협조적인 데다 사표 제출…중단 아닌 종료
  • 등록 2020-05-08 오후 7:49:44

    수정 2020-05-08 오후 7:58:16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해 감찰무마를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첫 공판에서 “통상 절차와 달리” 감찰이 중단됐다는 당시 특별감찰반장의 증언이 나왔다. 그는 이같은 감찰 중단이 향후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냐는 검찰의 질문에 “그런 생각도 했다”고 답했다.

반면 조 전 장관 측은 이어진 증인 신문에서 감찰의 개시 또는 정지는 민정수석의 권한인 점을 명확히 하며, 감찰 종료 이후 취해야 하는 처분이나 해당 특감반에 알려야 하는 규정 또는 절차가 없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또 당시 유 전 부시장의 감찰이 중단이 아닌 자연스럽게 종료된 것이란 점 역시 강조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유재수 중대사안이라 생각…조국 진술 사실과 맞지 않아”

이인걸 전 특감반장은 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김미리) 심리로 진행된 조 전 장관의 첫 공판 증인으로 출석해 유 전 부시장의 감찰 중단과 관련 “통상 절차와 달랐다”고 증언했다.

이 전 특감반장은 “당시 유 전 부시장이 불상의 업체로부터 기사가 딸린 차량을 무상으로 제공받고 가족이 해외 체류하는데 항공료를 대납 받았다는 비위 의혹이 있었다”며 “중량감 있는 고위공무원이고 비위 의혹도 중하기도 해 직접 감찰을 하는게 맞다고 판단했었다”고 밝혔다.

다만 이 전 특감반장은 이후 청와대 관계자들로부터 일종의 ‘압박’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이 전 특감반장은 “유 전 부시장 감찰을 시작하고 얼마 안돼 천경득 청와대 총무비서관실 선임행정관으로부터 연락이 와 저녁을 먹는 와중에 ‘유 전 부시장 괜찮은 사람이다. 정부에 도움되는 사람이다’라고 말했다”며 “당시 기분이 좋지 않았던 것을 기억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별거 아닌데 왜 시끄럽게 하냐’는 분위기가 있던 것 같아 나도 그랬고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도 그냥 넘어갈 사안 아니라고 생각해서 민정수석에게 알려야 한다고 생각해 (박 전 비서관이) 중간보고서를 세게 쓰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구명운동과 관련 “당시 심리적 압박이 있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당시 특감반 의견은 감찰을 계속 진행하고 싶었지만, 윗선에서 유 전 부시장 사표 제출로 감찰도 정리하자고 이야기 됐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이 전 특감반장은 “유 전 부시장 병가 이후 감찰이 홀드됐고, 그 상태에서 ‘사표를 받는 것으로 정리한다고 하니 감찰 안해도 될 것 같다’고 해서 그렇게 중단됐다”며 나중에 이 같은 감찰 중단이 문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조 전 장관이 국회에서 ‘유 전 부시장 비위 첩보 자체 근거가 약하다고 봤다’고 말한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감찰은 민정수석 권한…감찰, 중단 아니라 종료”

반면 조 전 장관 측은 감찰의 개시 또는 종료 모두 민정수석의 권한으로, 감찰 이후 처분은 물론 이를 특감반에 알려야하는 어떠한 규정도 정해져 있지 않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이 전 특감반장이 주장한 절차는 ‘통상적’인 것일 뿐 이를 따르지 않았다고 해서 직권남용이 될 수 없다는 취지다.

이 전 특감반장은 민정수석에 대한 보고와 지시 없이 고위공직자에 대한 감찰 개시 또는 중단이 있었냐는 질문에 “내 기억엔 없다”고 답했다. 또 민정수석의 결정으로 처분 내용을 특감반원에게 전하게 돼 있냐는 질문에 “그런 규정은 없다”고, 특감반원이 처분 결과를 모르는 경우도 있냐는 질문에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특히 조 전 장관 측은 유 전 부시장이 감찰에 비협조적이었고, 특감반은 강제력이 없어 계속적으로 감찰을 진행하기 어려운 상태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더군다나 유 전 부시장이 사표를 내기로 결정하면서 더 이상 감찰 대상도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의도를 갖고 감찰을 중단시킨 것이 아니라 자연스레 감찰이 종료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조 전 장관 측은 유 전 부시장이 불리한 자료 제출을 차일피일 미루거나 병가를 내고 두문불출한 사실을 들어 ‘특감반이 더 이상의 방법이 없었던 것 아니냐’고 거듭 캐물었고 이 전 특감반장은 “연락을 잘 안받긴 했지만 완전 두절은 아니라고 알고 있었다. 자료 제출을 독려하고 있었다”면서도 강제적인 방법을 동원할 수 없다는 점은 인정했다.

또 유 전 부시장이 사표를 내면 고위 공직자를 대상으로 한 감찰 대상이 아닌 건 맞냐고 묻자 “네”라고 답했고, “그때 사표를 바로 냈다면 모르겠지만, 사표를 낸 건 한참 뒤의 일이고 그 당시 감찰을 더 했어야 하는게 맞다”고 주장했다.

유 전 부시장의 비위 자체가 모두 입증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사표 수준에서 충분히 감찰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던 것 아니냐는 취지로 풀이된다.

조 전 장관 측은 “유 전 부시장 휴대전화 포렌식 내용만으로 뇌물의 대가성 등 비위 혐의가 모두 입증된 상황이 아니었느냐”고 따져 물었고, 이 전 특감반장은 “뇌물의 대가성은 판단해야겠지만 김영란법 위반 정도는 된다고 판단한다”고 답했다.

한편 조 전 장관의 다음 공판은 다음달 5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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