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트롤타워 된 롯데지주, 新사업 뛰어들 가능성은?

(주)LG와 같은 순수지주회사
자회사 실적 따라 사업지주회사 변모 가능성 有
"스타트업 운영 및 계열사 해외투자 담당할 수도"
롯데 "현 시점에서는 지주사 사업 시기상조"
  • 등록 2017-10-12 오후 4:08:28

    수정 2017-10-12 오후 4:13:43

(사진=롯데지주)
[이데일리 박성의 기자] 재계가 주목하는 것은 롯데지주사의 롤(role)이다. 현 시점에서 롯데지주는 자회사의 기업 가치를 관리하는 그룹 내 콘트롤타워 업무를 수행하게 될 전망이다. 경영평가와 업무지원, 브랜드 관리 등 롯데라는 이름을 내건 계열사가 제 노선을 걷도록 돕는 ‘방향타’ 역할이 롯데지주의 핵심 업무다. 즉 경영권을 확보하는 것 외에는 추가적인 사업을 하지 않는 ‘순수지주회사’인 셈이다. LG그룹의 지주회사인 (주)LG가 대표적인 순수지주회사다.

당분간 롯데지주는 순수지주회사에 국한된 임무만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그룹 내 산적한 이슈들을 뒤로 하고, 다른 ‘일’을 벌일 가능성은 전무하다는 게 재계 관측이다. 다만 호텔롯데 상장 등 굵직한 현안이 매듭지어진 이후, 롯데지주가 직접 신사업발굴 등에 뛰어들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롯데의 사업회사들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아서다. 롯데케미칼이 화학사업에서 탄탄한 실적을 내고 있지만, 세계 경제의 영향을 많이 받는 석유화학업종 특성상 언제든 실적이 가라앉을 수 있다. 안전한 수익원이 아니라는 얘기다. 내수경기 침체와 중국의 ‘사드 보복’이라는 이중고 앞에 롯데쇼핑의 실적반등도 요원해졌다.

결국 지주사 전환 이후에도 각 사업회사들이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받아들 경우, 롯데지주가 사업일선에 뛰어들 가능성도 있다. 지주회사로서 두산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두산엔진 등의 자회사 지분을 소유했지만 유압장비, IT서비스 등을 생산·제공하는 자체 사업을 꾸린 (주)두산과 같은 사업지주회사로 재탄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임병연 롯데그룹 가치경영실장이 12일 롯데지주사 출범 기자간담회에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새로운 사업이나 해외사업에 직접 투자하는 것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힌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12일 서울 잠실 시그니엘서울에서 롯데지주 주식회사 출범식이 진행됐다. 사진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롯데지주 사기 전달 세리모니를 하는 모습. (사진=롯데)
롯데지주가 사업에 뛰어든다면 제과, 쇼핑, 식·음(F&B) 등 자회사와 겹치지 않는 영역을 발굴해야만 한다. 사업군이 중첩될 경우 계열사로서는 큰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탓이다. 재계에서는 삼성전자가 2015년 12월 전장사업팀을 신설하며 새 돌파구를 찾았듯, 롯데 역시 완전히 새로운 사업에 도전장을 던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애널리스트는 “현 시점에서 롯데의 미래 투자처를 말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다만 ‘이대로는 안 된다’는 위기감을 떨쳐내려는 방안을 찾아야만 하는 상황”이라며 “지주사가 수 개의 스타트업을 진두지휘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AI)과 마케팅을 융합한 컨설팅회사를 아예 새로 창업할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계열사 간 업무를 조정한 뒤 식음이나 쇼핑 부문에서 롯제지주가 해외사업을 도맡아 진행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사업이 실패할 경우 계열사와 지주사 모두 입지가 흔들릴 수 있는 탓에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 관측이다. 안상희 대신지배구조연구소 연구위원은 “이제 막 탄생한 롯데지주가 순수지주사 지위를 쉽게 벗어던지긴 어려울 것”이라며 “지주사 체제 전환 전 계열사 대표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지주사가) 아예 새로운 사업영역을 찾아야 한다는 얘기인데, 현 시점에서는 어려운 시나리오”라고 분석했다. 롯데 관계자는 “순수지주회사에 100% 머무른다고 확언하지 않았다고, 사업지주회사로 당장 변모하겠다는 게 아니다. 지주사가 사업을 한다고 해도 단기간에 결정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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