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영지 기자] 국민의힘이 반도체 지원을 골자로 한 반도체특별법을 11일 발의하며 국내 주요 반도체기업을 비롯 소재·부품·장비(소부장)업체가 고대하던 선제적 지원이 가시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반도체특별법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는 보조금 조항이 임의조항에 불과해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야권에서 제기되고 있는 데다 법안에 담긴 화이트칼라 이그젬션(white collar exemption·고소득 사무직 주52시간 적용제외)을 두고도 여야 간 이견이 있어 향후 법안 심사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국민의힘·윤석열 정부 합동 전반기 국정성과 보고 및 향후 과제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
|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이철규 산업통상자원중소기업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 대표발의 형태로 반도체특별법을 발의했다. 앞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8월 “반도체 없이 대한민국의 우상향 발전은 없다”며 반도체 특별법 당론 추진을 공론화한 지 약 세 달 만에 공식 입법 절차에 돌입한 것이다.
주요 법안 내용은 △보조금 등 재정지원 △특별회계 신설 △반도체 지원기구 구성 △반도체클러스터 인허가 의제 △근로시간 유연화 등이다. 그중에서도 △반도체 클러스터 산업기반 인프라 조성 △반도체 클러스터 입주 기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 3대 분야에 보조금 지원 근거를 담은 것과 반도체 연구·개발(R&D) 인력에 한해 주52시간 근무제를 예외 적용하는 화이트칼라 면제 규정이 꼽힌다. 글로벌 경쟁이 격화하고 있어 보조금 지원이 시급한 데다 R&D 직무에서 유연한 근무제도가 필요하다는 업계 목소리가 작지 않아 산업계에서도 법안 발의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번 국회 들어 국민의힘에선 고동진·송석준·박수영 의원이 각각 반도체특별법을 발의했으며 그간 이들 의원이 발의한 법안을 하나로 통합하면서도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 등 정부 부처와 의견을 조율해 왔다. 이번에 발의한 특별법이 처리되기 위해선 여야 간 법안 심사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이철규 의원은 “국민의힘은 반도체특별법 국회 심사에서 반도체 세계 최강 실현을 위해 국민적 총의와 국가적 총역량을 결집해 가겠다”며 “야당도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요한 내용을 담은 여러 법안들을 제출한 만큼, 국회가 초당적으로 한마음 한뜻으로 법안심사에 생산적으로 임해주길 소망한다”고 밝혔다.
| 앞서 김태년·고동진 의원을 비롯해 여야 의원들은 반도체산업 지원을 위해 반도체특별법을 발의한 바 있다. (사진=이데일리DB) |
|
한편 야권에선 여당이 내놓은 보조금 지원을 비롯해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조항에 이견을 내고 있어 향후 여야 간 이견을 좁히는 게 법안 처리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오전 한국경영자총협회를 방문해 반도체 인프라 구축 등 반도체특별법 내 인프라 구축·제도 지원 등 핵심조항에 한해 법안 통과 의지를 밝혔으나 보조금 조항이 필요하다는 재계 요구엔 즉답을 피했다. 아울러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근로시간 문제 등 다른 이슈를 (반도체특별법에) 연계하면 오히려 처리 속도가 늦어질 것”이라며 “(합의 내용을) 압축적, 핵심적으로 빨리 정리해서 진행하자”고 했다.
김태년 민주당 의원도 “여당이 실효성이 있는 보조금 지원책을 가져와야 (야당과) 협의가 가능하다”며 “보조금 지원 임의조항으론 정부가 세수가 없어서 지원 못한다고 하면 지원을 못하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김 의원은 또 반도체특별법에 포함시킨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조항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화이트칼라 이그제셤은) 업종, 지역, 수입 하한 문제를 종합적으로 살펴야 해 반도체특별법과 별도로 논의해야 한다”며 “지금은 반도체산업 지원에 집중해야 하는데 설익은 이슈를 들고 나와 혼란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