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프와 콜대원이 국내 아세트아미노펜 계열 해열제 시장의 약 90%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이를 대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제약업계 일각에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수급 등 현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제재에만 급급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25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챔프시럽과 콜대원키즈펜시럽 리콜 사태의 여파로 아세트아미노펜 계열 해열제 품절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은 아미노펜 단일 제제 시럽 총 9개 중 막대한 판매 비중을 기록하고 있는 챔프·콜대원키즈펜·파인큐아세트펜시럽 제품의 제조·판매가 잠정적으로 중단됐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지난 17일 대원제약의 콜대원키즈펜과 같은 제조방법으로 대원제약이 수탁제조하는 다나젠의 ‘파인큐아세트펜’에 대해 자발적 회수를 권고하고 제조·판매를 잠정적으로 중단했다. 식약처는 콜대원키즈펜에서 ‘상분리 현상이 심각하다’는 민원 제기 후 콜대원키즈펜을 포함한 아세트아미노펜 함유 액상시럽제와 현탁액(고체 입자가 분산되어 있는 액체, 현탁성 제제) 생산·수입업체에 대해 점검한 결과와 이에 대한 전문가 자문결과를 종합해 결정을 내렸다. 상 분리 현상이란 현탁액에서 투명한 시럽과 흰색 가루가 분리되는 것을 말한다. 식약처는 지난달 동아제약의 챔프 일부 제품에서 제품이 갈색으로 변하는 갈변 현상이 발생해 제조·판매를 잠정 중지시켰다.
문제는 아세트아미노펜 계열 해열제 중 챔프와 콜대원의 판매 비중이 막대하다는 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1월~5월 챔프·콜대원키즈펜·파인큐아세트펜·나스펜·파세몰·내린다시럽·어린이타이레놀현탁액 등 국내 주요 아세트아미노펜 계열 해열제 판매량은 약 166만팩으로 집계됐다. 이중 챔프와 콜대원키즈펜이 약 150만팩 판매돼 90%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업계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엔데믹에 따른 마스크 의무착용 해제 이후 독감 환자와 급성호흡기 바이러스 감염 환자가 급증하고 있어 어린이 해열제 품절 대란이나 사재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독감의 유행세는 올해 들어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일례로 올해 19주차(5월 7~13일) 외래환자 1000명당 인플루엔자 의심 증상을 보이는 환자 수(인플루엔자 의사환자 분율)는 23.4명으로 이번 절기 유행 기준(4.9명)의 5배에 달한다.
아세트아미노펜 계열 해열제는 6개월 이상부터 투약할 수 있는 이부프로펜이나 덱시부프로펜 계열과 달리 생후 4개월부터 투약 가능해 사용 대상이 더 넓다. 영·유아의 경우 열이 떨어지지 않을 때 다른 성분의 해열제를 2~3시간 간격을 두고 교차로 복용하기도 해 통상 가정마다 아세트아미노펜과 이부프로펜·덱스부프로펜 성분의 해열제를 구비해둔다. 아세트아미노펜의 경우 이부프로펜이나 덱시부프로펜과 교차 복용할 수 있지만 이부프로펜과 덱시부프로펜은 교차 복용할 수 없다.
서울 구로구 한 약국의 약사는 “최근 어린이들을 중심으로 독감 등 호흡기 질환이 유행하고 있다”며 “챔프와 콜대원키즈펜 외에 다른 어린이 해열제가 있지만 그동안 선호도가 크게 낮아 공급량 자체가 미미했다”고 말했다. 이어 “챔프와 콜데대원키즈펜 선호도가 워낙 높았고 공급량도 많았기 때문에 단기간에 이를 대체하기 어렵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흔들어 복용” 복약 지도로 끝날 일인데 과도한 조치 지적도
실제 식약처의 콜대원키즈펜과 파인큐아세트펜의 제조공정·품질관리 과정에서 위반사항은 발견되지 않았다. 식약처가 전문가에 자문한 결과도 현탁액 특성상 일부 성분이 가라앉아 상분리 현상이 발생할 수 있고 상분리 현상이 발생한 제품을 분할해 복용하는 경우에도 실제 위험성은 낮다는 의견이었다.
식약처는 챔프와 콜대원키즈펜이 갈변 현상이나 상분리로 인해 안전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선제적 안전 관리 차원에서 제조·판매 중지 조치를 내렸다는 입장이다. 일례로 콜대원키즈펜의 경우 상분리 제품을 분할해 복용하는 경우 투약되는 주성분량이 다소 적거나 많아져 안전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상분리 현상이 발생한 제품을 흔들어 복용한다고 해서 상분리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아세트아미노펜 계열의 제품이 없는 것도 아니고 이부프로펜이나 덱시부프로펜 계열 제품도 있기 때문에 안전성에 우려가 있는 제품은 제외하고 차선책을 찾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른 업체들과 대체 의약품 공급량을 늘리기 위한 증설을 위해 소통하고 있다”며 “제품 제조·판매 중단 조치를 받은 기업들도 조속히 개선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