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택배전쟁' 해결 첫걸음···6개월만 택배사와 '거점 배송' 합의

국토부 실버택배안 철회 후 6개월만에 첫 합의 사례
중간 거점 마련해 스마트카트로 각 세대에 물건 전달
주민협의체 "다른 아파트 단지들도 긍정적으로 협의중"
  • 등록 2018-10-26 오후 3:27:25

    수정 2018-10-26 오후 4:28:13

26일 오전 경기도 남양주 다산 신도시 자연앤롯데캐슬 아파트에서 아파트 주민들과 택배회사들이 택배논란의 대안으로 ‘거점배송방식’이라는 합의를 도출했다. 한 택배기사가 거점인 ‘일상생활지원센터’에서 스마트카트를 이용한 배송시연을 선보이고 있다.(사진=신중섭 기자)
[이데일리 신중섭 기자] ‘택배 논란’의 중심에 섰던 다산신도시에서 한 아파트 단지의 주민들과 택배회사들이 택배배송 방식에 대한 합의를 이뤄내며 반년 이상 이어졌던 갈등 해소의 첫걸음을 내디뎠다.

아파트 주민과 택배회사간 업무 협약식 개최

다산신도시 자연앤롯데캐슬 입주자대표회의와 해당 지역 택배사협의회(CJ대한통운, 롯데택배, 한진택배)는 26일 경기도 남양주 다산신도시 자연앤롯데캐슬 아파트 단지 내에서 업무 협약식을 열고 ‘거점 배송’을 택배배송 방식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다산신도시는 아이들 안전의 위협 때문에 택배차량의 지상 진입을 금지하고 지하주차장을 이용하도록 한 아파트 주민들과 지하주차장 높이가 낮아 차량 진입이 불가능하다며 배송을 거부한 택배회사들이 갈등을 빚고 있는 곳이다.

이번 합의는 다산 신도시 내 아파트 중에서는 처음으로 이뤄졌고 지난 4월 국토교통부 중재로 실버택배(택배 회사들이 아파트 입구의 물품 하역 보관소에 물품을 두면 해당 아파트 단지나 주변 지역 거주 노인들인 실버택배 요원들이 다시 주택까지 택배를 배달하는 제도)가 대안으로 제시됐다가 무산된 이후 약 6개월 만이다.

양측이 합의한 거점 배송이란 아파트 단지 내 특정 지역을 거점으로 두고 택배업체들이 이곳에 물건을 내리면 택배업체 직원이나 아르바이트 근무자가 스마트카트 등을 이용해 물건을 세대별로 배송하는 것을 말한다. 앞서 다산 신도시의 택배 기사들은 아파트 출입문 인근에서 물건을 내리고 각 세대에 손수레로 일일이 배송해왔다.

자연앤롯데캐슬의 경우 단지 후문 근처 지상 주차장에 ‘일상생활지원센터’라는 중간 거점을 마련했다. 택배회사들이 이곳에 물건을 내리면 1개 택배회사(CJ대한통운이 전담) 기사와 주민들이 고용한 아르바이트 근무자가 스마트 카트로 지하주차장을 통해 각 세대에 물건을 배송하게 된다.

아르바이트 근무자의 임금 등은 배송수수료 중 일부를 떼어주는 방식이 유력하지만 고정 임금 방식도 고려하고 있다는 게 택배회사들의 설명이다.

거점 배송 방식은 ‘정부보조금이 들어간다’는 논란으로 철회됐던 실버택배와 비슷해 보이지만 정부보조금이 따로 들어가지 않고 입주민의 연령대도 노인에 국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26일 택배기사들이 다산자연앤롯데캐슬 일상생활지원센터에서 택배차량에서 물건을 내린 뒤 컨베이어 벨트를 통해 스마트 카트에 택배를 싣고 있다.(사진=신중섭 기자)
거점 사무실 설치와 스마트 카트 충전, PC사용 전기료 등의 중간 거점에서 소요되는 비용은 아파트 주민들이 부담했다. 택배회사들 중 CJ대한통운은 스마트 카트(택배상자 50개 적재가능) 3대를 제공했다.

이 아파트의 배송을 담당하고 있는 윤정윤(48) 택배기사는 “이전보다 원활한 배송을 할 수 있게 돼 기쁘다”며 “합의도출이 다른 단지로도 이어져 택배논란이 하루빨리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른 아파트 단지도 거점 배송 방식 합의 임박

이날 협약식에는 다산 신도시 지역의 주민협의체인 다산신도시총연합회와 △경기도·경기도시공사·남양주시 관계자 △택배사협의회 △최민희 청와대 기획의원 등이 참석했다.

이진환 다산신도시총연합회 회장은 “지난 3월부터 시작해 긴 진통 끝에 택배문제 해결의 첫발을 내디뎠다”며 “이제 시작이지만 다산 롯데캐슬 아파트를 시작으로 남은 단지와 입주 예정단지도 모두 이른 시간 내에 배송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보 CJ대한통운 남양주 지점장도 “단지조성 콘셉트와 택배회사의 업무 프로세스가 맞지 않다 보니 오해도 있었고 다소 갈등도 있었다”며 “연합회 회장을 포함해 각 단지 대표들과 꾸준히 만나고 소통한 끝에 좋은 지원책이 나와서 마음껏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전했다.

자연앤롯데캐슬 아파트 주민들이 택배회사와 첫 합의를 이뤄내면서 다른 아파트 단지에서도 택배차량의 지상진입 금지에 대한 합의가 이뤄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고문을 붙여 택배기사에 대한 ‘갑질’ 논란을 일으켰던 한 아파트는 현재 주민대표 부재상태로 대안 협의가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택배회사 관계자는 “다른 아파트들도 주로 거점 배송 방식을 적용하는 방향으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자연앤롯데캐슬을 제외한 입주단지 5개 중 합의를 거의 앞둔 단지가 또 있다”며 “다만 단지 특성과 사정을 고려해 모두 같은 대안을 적용할 수 있을지는 두고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26일 오전 경기도 남양주 다산신도시 다산자연앤롯데캐슬 아파트에서 아파트 주민대표 및 택배업체 관계자 등이 택배배송 중간거점인 ‘일상생활지원센터’ 개소식을 열고 있다.(사진=신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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