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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반격 시작할 것” vs 하마스 “공격시 인질 처형”
하마스의 기습 공격 이후 사흘째를 맞이한 9일(현지시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대국민 연설에서 “(반격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우리는 (가자지구 공습을 통해) 테러리스트 수백명을 제거했으며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적은 이스라엘을 공격한 것이 실수임을 알게 될 것”이라고 천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조국을 위한 작전, 우리의 존재를 보장하기 위한 작전, 우리가 승리할 작전을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지상군 투입을 예고한 것이다. 이스라엘은 역대 최대 규모인 예비군 30만명을 소집한 상태로, 이날 가자지구 분리장벽 주변 지역의 통제권도 회복했다고 밝혔다. 언제든 쳐들어갈 수 있다는 의미다. 하마스는 이에 대응해 100명 이상의 민간인 포로를 붙잡고 있다면서, 이스라엘이 공격을 감행하면 이들을 처형하고 살해 장면을 방송으로 공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마스는 인질 교환의 대가로 이스라엘에 수감된 팔레스타인인 수천명의 석방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인질이 희생되더라도 지상군 투입을 밀어붙이겠다는 분위기다. 길라드 에르단 주유엔(UN) 이스라엘 대사는 “납치된 모든 사람들을 다시 보고 싶지만, 지금은 하마스의 테러리스트 역량을 제거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미 정치전문매체 악시오스도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네타냐후 총리가 전날 조 바이든 대통령과 통화에서 “협상할 때가 아니다”라며 가자지구에서 지상 작전을 펼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내비쳤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이 지상군을 투입하면 팔레스타인 측 민간인 피해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사흘간 계속된 이스라엘의 보복 공습에 따른 팔레스타인 사망자는 687명, 부상자는 3726명으로 각각 집계됐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지상군을 투입한 건 2014년이 마지막으로, 당시 팔레스타인인 23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스라엘에선 이번 하마스의 공격으로 900명 이상이 사망하고, 최소 2600명이 부상을 입었다. 포로로 잡혀간 민간인도 최대 150명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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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등 서방 5개국 이스라엘 지지…사우디는 팔레스타인 지지
반면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를 추진 중인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는 이날 “우리는 팔레스타인의 편에 서 있으며 분쟁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양호한 삶을 누릴 적법한 권리, 희망과 포부, 정의롭고 지속적인 평화를 성취할 권리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튀르키예가 양국 간 중재에 나서겠다는 뜻을 내비쳤고, 중국은 중립을 표방하면서도 미국 등 서방 국가들에 이번 사태의 책임을 돌렸다.
일각에선 이란을 하마스의 기습 공격 배후로 지목하며 미국과 이란의 대리전으로 확산, 5차 중동전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러나 현실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진단이다. 텔아비브대학의 이얄 지세르 교수는 “이란은 팔레스타인인을 위해 싸울 준비가 돼 있지만, 확전으로 얻을 게 아무것도 없다. 미국이 개입하면 특히 그렇다”고 말했다.
미국 역시 확전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커비 조정관은 이날 이스라엘에 거주 중인 미국 시민들을 대상으로 “긴급대피를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정부 주도로 자국 시민들을 본국으로 실어나르기 위해 수송기를 보내는 등 우크라이나 전쟁 때와 같은 대응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사태가 국제분쟁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며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는 만큼 외교부가 중심이 돼 관계부처가 안전 대책을 철저히 마련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국 정부는 귀국을 원하는 현지 체류자들을 대상으로 대한항공 항공편 또는 육로를 통해 출국을 지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