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라임자산운용의 개방형 펀드 상품을 판매한 미래에셋증권 등 증권사를 조사할 계획이다. 특히 김 의원 등 유력 인사에게만 특혜성 환매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는 4개 개방형 펀드 판매의 판매사인 미래에셋증권(006800) 등이 우선 대상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김 의원 등 해당 펀드 가입자 29명은 라임 펀드의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 직전에 환매를 받아 손실을 피했거나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환매가 진행된 4개 펀드를 판매한 판매사를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한 후 검사의 필요성을 확인하면 공식적인 검사로 전환할 방침이다.
금감원 “환매 불가능했는데”…29명 환매 어떻게
라임 펀드와 관련 특혜성 환매 의혹 정황을 포착한 금감원은 애초 이후 과정은 검찰 수사에 맡기려는 입장이었으나 김 의원에게 펀드 상품을 판매한 미래에셋증권 등 판매사를 둘러싼 의혹이 커지자 전면 조사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 측은 입장문을 통해 “미래에셋증권이 모든 고객에게 시장 상황에 따라 환매를 권유했고, 그에 따라 환매를 진행했을 뿐”이라고 밝혔지만, 미래에셋증권 측은 “특혜성 환매 의혹은 운용사인 라임자산운용의 영역”이라는 입장을 냈다. 김 의원의 환매 동기를 두고 양측의 입장이 엇갈리자 금감원이 이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특히 금감원은 김 의원 등이 돈을 돌려받은 4개 펀드와 관련해서는 ‘펀드 돌려막기’ 등 불법적인 자금을 바탕으로 환매가 진행됐다고 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환매가 진행된 31개 펀드 중 27개 펀드는 자체 자금을 이용했지만 4개 펀드는 다른 펀드의 자금 125억원을 끌어 쓰고 4억5000만원의 고유 자금을 불법으로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금감원이 증권사 등 판매사를 통해 환매가 진행되는 과정에 불법적인 요소가 없었는지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테면 손실을 회피하기 위해 내부 정보를 이용해 환매를 제공했는지, 대가를 바라고 특혜성 환매가 이뤄졌는지 등이 핵심이다. 금감원이 이 같은 경위를 살피는 것은 환매 시기와 당시 상황 때문이다.
4개 펀드 29명의 가입자가 2019년 9월 9일과 25일 환매 대금을 받아가고 얼마 지나지 않은 10월1일 라임 펀드의 환매 중단이 선언됐다. 금감원은 김 의원과 판매사 등이 ‘시장 상황을 고려해 환매를 권유했고, 따랐다’라고 주장할 합당한 이유와 근거를 집중 확인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당시 4개 펀드는 비시장성·부실 자산도 포함하고 있었기 때문에 대량으로 환매 신청을 한다 해도 정상적인 환매가 불가능한 상태였다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이 상황에서 불법 자금 지원으로 환매가 이뤄진 경위와 배경에 외압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면서 금감원은 이에 대한 조사도 진행할 방침이다.
잇단 금감원 제재…여의도 증권가 긴장
이번 금감원의 조사가 표면적으로는 정치권을 향하게 됐지만, 여의도 금융·증권가에도 긴장이 팽팽하다. 3대 펀드 사기와 관련한 피해 보상 등 기존 제재 절차가 끝나기도 전에 새로운 전면 조사를 받게 생긴 터다. 현재 펀드 판매사 중 현대차증권(001500), 교보증권(030610), 신한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대신증권(003540), NH투자증권(005940), 신영증권(001720), 하이투자증권 등이 금감원 제재 절차를 받고 있다.
특히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취임 당시부터 펀드 사기에 대한 의혹을 제대로 조사하겠다고 밝힌 만큼 불완전판매 등으로 추가 제재를 받는 등 책임 범위가 넓어질 가능성도 커졌다.
함용일 금감원 부원장은 “자본시장법 위반 사항에 대한 제재 절차를 신속히 마무리할 것”이라며 “수사 통보된 사항에 대해서는 수사기관과 협조해 엄정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환매 과정의 불법 행위 여부는 금감원 검사를 통해서도 추가로 규명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