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산업의 디지털화가 빠르게 전개돼 시니어(고령층) 소외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금융권이 이들 챙기기에 나서고 있다. 고령층이 금융 앱을 친숙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이들을 위한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앱 화면서부터 글자까지”…시니어 공략 나선 은행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인터넷은행, 저축은행 등이 시니어 세대를 위한 금융 앱 서비스 고도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우리은행은 최근 모바일 뱅킹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시니어 세대를 위한 앱 화면 서비스를 선보였다. 즉시이체와 ATM 출금, 중요한 금융일정 알림 기능 등을 앱 화면 전면에 배치해 접근성을 높였다. 금융일정은 터치 한 번으로 필요한 금융 업무로 바로 연결돼 쉽게 사용할 수 있다.
IBK기업은행은 지난 9월 모바일뱅킹 앱인 아이원뱅크 메인화면을 새 단장 했다. 특히 주요 거래 화면에 ‘큰 글씨 모드’ 버튼을 추가해 고령층 고객에 대한 편의성을 높였다. 입출금 알림과 상품제안 등 고객 맞춤형 메시지 기능도 강화했다. 신한은행은 시니어를 위한 모바일 사용설명서를 동영상으로 제작해 배포했다. 총 3편으로 구성된 모바일 설명서는 앱 회원 가입과 로그인을 비롯해 금액 이체하기, 큰 글씨체 변경 등 내용을 담고 있다.
저축은행업계에선 79개 저축은행을 대표하는 저축은행중앙회가 공용 모바일뱅킹인 SB톡톡플러스에 큰 글씨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시니어 거래 고객을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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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이 기존 금융 앱의 주 타깃 층인 MZ(20·30대)세대 외에 시니어 고객층 공략에 나선 건 자산을 가진 65세 이상의 고령층 증가와 함께 디지털 전환에 따른 점포 급감 등 요소가 맞물린다.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의 점포 수는 올해 6월 기준 2828곳으로, 지난해 말 기준 2916곳과 비교하면 88곳이 줄였다. 점포 수는 2018년 3086곳과 2019년 3031곳에서 갈수록 줄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 지점 수가 줄어드는 과정에서 남아 있는 지점들은 고객으로 붐빌 수밖에 없는데 이 과정에서 고령층의 앱 이용을 유도하는 것은 필수”라고 밝혔다.
더군다나 시니어 세대는 MZ세대보다 많은 자산을 가지고 있는 만큼, 앱 활성화가 곧 각종 금융 상품의 가입 등으로 이어져 수익 창출로도 연결될 수 있다. 실제 통계청이 올해 3월 낸 ‘2020 한국의 사회지표’를 보면, 50대가 순자산 4억987만원으로 연령대별 1위를 차지했다. 이어 60대 이상이 3억7422만원, 40대가 3억7359만원, 30대가 2억385만원, 30세 미만이 7241만원을 기록했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고령층이 앱을 친숙하게 이용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후에 금융상품에 직접 가입하거나 투자하는 등 서비스로 확대해 나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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