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에서 관광업을 운영 중인 알리(가명)는 1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서방이 러시아에 제재를 가한 이후 이란인들은 제재 하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러시아인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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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달 동안 알리를 찾은 러시아 관광객은 160명으로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직전 평균 40명의 4배에 달했다. 과거엔 관광객 대부분이 순수 관광을 목적으로 이란을 방문했지만, 지금은 대부분이 러시아 사업가들로 4년 동안 제재를 받으면서도 어떻게 견딜 수 있었는지에 관심을 두고 있다.
알리는 “서방 기업들과의 교역이 대폭 쪼그라든 러시아 사업가들은 미국의 제재를 받는 와중에도 애플의 아이폰이 이란 내에 널리 보급된 것을 보고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며 “러시아인들은 유럽·미국산 제품을 살 수 있는 세계 암시장에 대한 접근성 측면에선 이란인들에 한참 뒤처져 있다”고 말했다.
알리가 상대하는 러시아 관광객 대부분이 사업가로 바뀌면서 관광 일정에도 변화가 생겼다. 이젠 관광객들을 미술관이나 박물관이 아닌 테헤란 인근의 이란 기업들에 데려가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해주고 있다.
러시아 사업가들은 이 자리에서 이란 기업들로부터 제재를 우회하는 다양한 조언을 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건설 자재와 중장비 부품 등의 조달에도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알리는 “예전엔 러시아 사업가들이 이란 기업을 얕잡아보고 상품을 팔기 위해 종종 이란을 방문하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란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방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선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중국 등에 원유를 팔아 더 많은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게 됐다. 아울러 서방 국가들의 주위가 분산되면서 이란에 대한 관심이 떨어져 정치적으로도 이득을 보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란 강경파 정부의 한 관료는 “미국과 유럽은 높은 인플레이션과 식량가격 상승이라는 그들 자신의 문제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에 집중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전쟁은 신이 준 선물”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와의 교역이 크게 늘어난 것은 이란과 러시아 모두에게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 올해 1분기 이란과 러시아의 교역 규모는 22억달러(약 23조원)로 전분기 대비 10% 이상 증가했다. 양측은 교역시 이란 리얄화와 러시아 루블화를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합의했는데, 이는 서방 제재에 따른 통화가치 하락을 막는데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