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그룹, 경영권 엎치락뒤치락…"모녀, 키맨 신동국과 동맹"

송영숙·임주현 모녀, 신동국 회장과 의결권공동행사 약정 체결
지주회사 한미사이언스 전체 의결권 과반 수준 확보
오너 중심 경영에서 전문 경영인 체제로 쇄신 예정
  • 등록 2024-07-03 오후 6:56:32

    수정 2024-07-03 오후 8:43:39

[이데일리 신민준 기자] 한미약품(128940)그룹(한미그룹)의 경영권이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임종윤·종훈 형제로 넘어갔던 경영권을 송영숙·임주현 모녀가 되찾아오는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한미약품그룹 경영권의 키맨 역할을 하고 있는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및 임주현 부회장과 의결권공동행사 약정을 체결하면서 그룹 경영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이들은 기존 오너 중심 경영 체제를 쇄신하고 현장 중심의 전문 경영인 체제로 재편해 사업 경쟁력과 효율성 강화를 통해 경영을 시급히 안정화시킬 예정이다.

왼쪽부터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임주현 한미약품그룹 부회장,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사진=한미약품그룹, 한양정밀 홈페이지 캡처)
의결권공동행사 약정 체결

3일 법무법인 세종에 따르면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 신동국 회장은 송 회장과 임 부회장의 일부 지분을 신 회장이 매수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매수 주식 수는 444만 4187주로 지분율은 총 6.5%에 이른다. 이들은 공동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약정 계약(의결권공동행사약정)도 체결했다.

신 회장은 한미약품그룹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008930)의 개인 최대주주다. 신 회장은 앞선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에서 임종윤·종훈 형제 편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임종윤·종훈 형제가 한미약품 사내이사로 선임되면서 그룹의 경영권을 손에 쥐었다.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 분쟁은 OCI그룹과 통합을 이유로 불거졌다. 임종윤·종훈 형제는 OCI그룹과 관련해 자신들을 배제한 결정이라고 반대하며 경영 복귀를 위한 주주제안에 나섰다. 이후 지난 3월 28일 개최된 한미사이언스 정기주추총회에서 형제 측이 승리했다. 이에 따라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의 통합은 무산됐다.

한미약품그룹은 다음달인 4월 4일에 개최된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서 송영숙·임종훈 공동대표체제를 수립했다. 하지만 지난 5월 개최된 한미사이언스 임시 이사회에서 송영숙 대표를 해임하며 임종훈 단독 대표체제로 전환됐다.

상속세 납부 재원 마련·오버행 이슈도 해소

송 회장 및 부회장과 신 회장의 의결권공동행사 약정 체결로 한미약품그룹 경영권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전망이다. 이들이 직접 보유하고 있는 한미사이언스 지분 약 35% 외에도 직계가족과 우호 지분까지 더해 한미사이언스 전체 의결권의 과반에 근접하는 수준의 지분을 확보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번 계약으로 송 회장과 임 부회장은 상속세 납부 재원을 마련하게 됐다. 이를 통해 한미약품그룹은 소액주주들의 정당한 주식 가치 평가를 방해했던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 이슈도 해소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의 통합 불말 이후 지속적으로 한미약품그룹을 해외 사모펀드에 매각한다는 소문이 시장에 퍼지며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의 주식 가치가 30% 이상 하락했다.

송 회장과 신 회장측은 “그룹 경영권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당사자들 중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한 큰 어른으로서 이같은 혼란과 위기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지속가능한 한미약품그룹 발전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대승적 결단을 내리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계약을 전격적으로 합의한 만큼, 앞으로 한미약품그룹을 둘러싼 어떠한 외풍에도 굴하지 않는 건실한 기업으로 더욱 발전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송 회장은 한미약품그룹 창업주 가족의 큰 어른으로서 신 회장은 임성기 회장의 막역한 고향 후배로서 한미약품그룹의 미래를 위한 결단을 내린 것”이라며 “신 회장은 한국형 선진 경영체제 도입을 통해 한미가 글로벌 제약사로 크게 도약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역할을 다하고 지원토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 회장과 신 회장 측은 한미약품그룹이 창업자 가족 등 대주주(이사회 구성원)와 전문 경영인이 상호 보완하며 기업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이끌어 나가는 형태의 한국형 선진 경영체제를 확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송 회장과 신 회장측은 기존 오너 중심 경영 체제를 쇄신하고 현장 중심의 전문 경영인 체제로 재편해 사업 경쟁력과 효율성 강화를 통해 한미약품그룹의 경영을 시급히 안정화시키겠다는 것이다. 대주주는 사외이사와 함께 참여형 이사회를 구성해 회사 경영을 지원하고 감독하는 한편 회사의 투명성을 보다 높여 주주가치를 극대화해 진정한 글로벌 플레이어로서 한미의 위상을 다시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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