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 ‘방경만호’ 닻 올렸지만…주총 ‘절반의 승리’(종합)

방 사장, 1위로 표결 통과…9년 만에 새 사장
IBK·행동주의 펀드, 손동환 후보 사외이사 선임
“이사회 독립성 강화” 사외이사 목소리 커진다
  • 등록 2024-03-28 오후 3:59:11

    수정 2024-03-28 오후 7:19:27

[대전=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KT&G(033780)가 IBK기업은행(이하 기업은행), 행동주의 펀드를 상대로 ‘절반의 승리’를 거뒀다. 방경만 수석부사장이 정기 주주총회에서 신임 대표에 오르며 사령탑은 지켜냈지만 기업은행이 추천한 손동환 후보가 사외이사 진입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선임 과정에서의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향후 KT&G의 경영활동에 있어 기업은행 등 외부 목소리를 반영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대전 대덕구 KT&G 본사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정기주주총회 (사진=KT&G)
KT&G는 28일 오전 10시 대전광역시 대덕구 본사 인재개발원에서 정기 주총을 열고 방경만 후보자를 신임 사장으로 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9년 만의 사령탑 교체다. 앞서 백복인 전 대표이사 사장은 2015년 취임해 3번의 연임으로 회사의 ‘최장수 최고경영자’라는 기록을 세웠다. 2002년 KT&G 민영화 이후 이번 방 사장에 이르기까지 내부 출신이 수장에 오르는 기록도 이어졌다.

이번 주총은 집중투표제를 적용했다. 사외이사 후보 2명을 포함해 후보자 3명 중 상위 2명을 사내외 이사로 선임하는 방식이다. 사장 후보에는 방 사장이, 사외이사 후보는 임민규 KT&G 이사회 의장과 손동환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명이 올랐다. 손 교수는 KT&G 지분 7.11%를 보유한 최대주주 기업은행의 추천 인사다. 행동주의 펀드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도 손 후보 지지 의사를 밝혔다.

9년 만에 사장 교체를 결정하는 주총이었던만큼 이날 결과에 업계의 이목이 쏠렸다. 투표 결과 방 사장이 8409만7688표를 얻어 1위로 사내이사 선임이 확정됐다. 손 후보는 2위 5660만3958표로 사외이사로 합류했다. 임 후보는 2450만5618표로 최종 낙마했다.

KT&G 입장에서는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다. 오히려 기업은행, 행동주의 펀드가 손 후보를 사외이사로 진입시키며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으로 방 사장은 기업은행 등 주주 견제를 더 직접적으로 받게 됐다.

그간 기업은행은 방 사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왔다. 앞서도 기업은행은 “방 수석부사장 선임 후 KT&G의 영업이익이 감소한 것은 물론 사외이사 외유성 출장 등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 현 이사회의 독립성에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다”며 지속적으로 지적을 제기해왔다.

특히 손 이사는 대법원 재판연구관, 부산지법 부장판사,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부장판사,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거친 경제, 상법, 공정거래 전문가다. 향후 KT&G의 경영진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전면에서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KT&G 측은 “새롭게 구성되는 이사회를 중심으로 회사의 성장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했다.

방 사장은 이날 주총에서 신뢰, 근원적 경쟁력, 전문성을 통해 KT&G를 이끌어 나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는 “최고경영자(CEO)로서 헌신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주주들과 임직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KT&G는 3대 핵심사업을 성장 발판으로 삼아 ‘글로벌 탑 티어(Global Top-tier)’ 기업으로 도약하고 그 성장의 과실을 공유함으로써 주주를 포함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더욱 단단한 신뢰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방경만 KT&G 대표이사 사장 (사진=KT&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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