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지영의 기자] 장기간 이어진 교보생명과 재무적 투자자(FI) 어피니티 컨소시엄 간의 국제중재 2차전 히어링(집중심리)가 영국 현지에서 진행 중이다. 2차 중재는 교보생명에 그다지 유리하게 흐르지 않는 모양새다. 2차 중재의 핵심 쟁점이 교보생명 신창재 회장 측이 거부해오던 1주당 공정시장가격(FMV) 산출 기관 선정 문제로 좁혀졌기 때문이다. 교보생명 측은 양자가 합의했던 계약서에 가치평가 규정이 불리하게 돼 있어 평가기관 선임을 진행하는 것 자체가 불리한 함정이라는 입장이다.
6일 투자은행(IB) 업계 및 이데일리 취재에 따르면 ICC 중재판정부는 오는 8일까지 교보생명 풋옵션(특정 가격에 되팔 권리) 분쟁 사건에 대한 2차 중재 집중심리를 진행한다. 핵심 절차인 집중심리가 끝나고 추가 서면 공방을 통해 주장을 보완한 뒤 양측이 중재 진행에 들었던 비용을 정산하는 등의 절차까지 마치면 마무리 수순으로 넘어간다. 2차 중재 결론에 따라 책임 소지가 있는 쪽에 중재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앞서 1차 중재에서 중재판정부는 신 회장이 어피니티 측의 중재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판정을 내렸다.
1차 중재에서 중재판정부는 어피니티 측의 풋옵션 권리가 유효하다고 봤다. 다만 신 회장이 기존에 어피니티 측이 제시한 1주당 가격에 매수할 의무는 없다고 판정했다.
2차 중재에서 다뤄지고 있는 핵심 논의점은 풋옵션 행사를 위한 가치평가 가격 산정, 이를 위한 가치평가 기관 선정이다. 어피니티 측은 신 회장이 평가기관을 선임하게 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미 인정된 풋옵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양측이 동의할 수 있는 1주당 가격을 책정해야 하지만, 신 회장 측이 계속 거부하고 있어서다.
이에 대해 신 회장 측은 평가기관 선정 자체가 어피니티 컨소시엄이 판 ‘함정’이라는 논리로 거부하고 있다. 계약서 조항에 불리한 점이 있었다는 입장이다.
지난 2012년 신 회장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어피니티 컨소시엄을 동원했던 당시에 작성했던 계약서 상에는 풋옵션 행사 가격 산정에 대해 양자가 평가기관을 선정해 평가하도록 돼 있다. 양측 기관이 선임한 행사 가격이 10% 이상 차이가 날 경우 어피니티 측이 제 3의 기관을 다시 선임해 가격을 정하는 것으로 기재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견이 생기면 최종적으로 어피니티 측이 가격을 결정하는 구조인 셈이다.
문제는 이 내용이 모두 양자가 합의했던 계약서상 명시 조항이라는 점이다. 계약서 자체를 무효로 돌리지 않는 이상, 양자가 정상적으로 합의했던 규정을 무시하는 수준의 중재 결과가 나오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2차 중재의 쟁점 자체가 평가기관 선임 자체를 거부하는 신 회장 측에 유리하지 않은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