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 하다 쓰러진 60대 女, 3명 살리고 하늘로…“행복했으면”

  • 등록 2024-01-31 오후 5:54:18

    수정 2024-01-31 오후 5:54:18

사진=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이데일리 권혜미 기자] 봉사활동을 하러 갔다가 병원에서 쓰러진 뒤 뇌사 상태가 된 60대 여성이 3명의 생명을 살리고 하늘로 떠났다.

31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달 8일 인천성모병원에서 황영옥씨(69)가 뇌사장기기증으로 3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천사가 되어 떠났다”고 밝혔다.

경북 영주에서 5남매 중 둘째로 태어난 황씨는 생전 활발하고 사교성이 좋았고. 주변 사람과 함께 나누는 것을 좋아했다고 한다. 이른 나이에 어머니를 여읜 뒤에는 동생의 학비를 대주는 등 어머니의 빈자리를 대신했다.

그런 황씨가 쓰러진 것은 지난해 12월 5일이다. 동생의 권유로 20년 전부터 노인복지회관과 병원에서 간호 봉사를 꾸준히 해왔던 황씨는 여느 때처럼 인천성모병원으로 봉사활동을 하러 갔다. 이곳은 황씨가 10년 넘게 환자 간호를 위해 도움을 준 곳이다.

하지만 황씨는 봉사 시작하기 직전 화장실에서 갑자기 쓰러졌고, 응급 치료를 받았는데도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결국 황씨는 뇌사 상태가 되고 말았다.

황씨의 가족들은 의료진에 회생 가능성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가족들은 “(황씨가) 남을 돕기 위한 봉사를 하려다 떠났기에 아픈 사람을 살릴 수 있는 장기기증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돼 기증에 동의했다”고 전했다. 이로써 황씨는 간장, 신장(좌, 우)을 기증해 3명의 생명을 살렸다.

사진=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황씨의 동생 황영희 씨는 “어머니가 고등학교 2학년 때 돌아가셔서 언니가 학비도 내주고 친엄마처럼 돌봐줬다. 어려운 살림에도 늘 가족과 남들을 돕던 착한 언니였기에 더 마음이 아프다”면서 “32년 전 시어머니가 돌아가실 때 안구 기증을 했는데, 그러한 경험으로 인해 누군가를 돕는 게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알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언니, 같이 여행 가자고 했는데 내가 일 때문에 나중에 가자고 한 것이 너무나 미안해. 하늘나라에서는 고생하지 말고, 언니가 하고 싶은 것 다 하면서 행복했으면 좋겠어. 먼저 엄마 만나서 잘 지내고 있어”라고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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