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준기 박민 김응열 기자] “메모리 시장이 회복 국면에 들어섰네요. 다시 나빠질 요인은 없어 보입니다.” (김형준 서울대 명예교수 겸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장)
SK하이닉스가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7조3059억원·영업손실 2조8821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한 26일 업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선 “반도체 업황이 바닥을 쳤다”는 분석이 대세를 이뤘다. 3개 분기 연속 적자행진을 기록했으나 1분기 대비 매출은 44% 늘고 영업손실은 15% 줄었다.
| [그래픽=문승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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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2분기 사업부문별 확정실적을 발표하는 삼성전자 반도체(DS) 영업손실 규모 역시 3~4조원 수준으로, 1분기 대비 적자 폭이 줄었을 것이란 게 시장의 예측이다. 양사는 올 하반기 업턴(상승 국면)에 대비해 감산 기조를 유지·확대하는 한편 생성형 인공지능(AI)발 고사양 서버 수요 급증에 따라 DDR5·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제품을 중심으로 한 투자 확대에 나서기로 했다. 시장에선 이르면 올 4분기를 양사의 흑자전환 시점으로 예측하고 있다.
| SK하이닉스 M15 청주 공장 모습. (사진=SK하이닉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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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는 2분기 D램·낸드 모두 판매량이 늘어난 가운데 D램의 평균판매단가(ASP)가 1분기 대비 상승한 게 매출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또 재고평가손실이 줄어 영업손실률이 1분기 67%에서 2분기 39%로 감소한 게 적자 폭을 줄인 결정적 요인이라고 했다. 범진욱 서강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AI와 전기차, 갤럭시·아이폰 신제품 출시 등 응용처가 많아지면서 메모리 가격은 계속 오를 것”이라고 했다.
다만 SK하이닉스는 낸드의 재고 감소 속도가 D램에 비해 더디다고 보고 낸드 감산 규모를 5~10%가량 더 확대하기로 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자구책은 수익 개선엔 도움이 되겠지만 향후 업턴 때 점유율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고 봤다.
| 현대자동차 서울 양재 본사. (사진=현대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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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릿고개를 겪고 있는 반도체 기업들과 달리 현대자동차의 거침없는 질주는 계속됐다. 현대차가 이날 발표한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4조2379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무려 42.2% 늘었다. 1분기에 세웠던 역대 분기 최대 실적도 갈아치웠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42조2497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7.4% 증가했다. 이로써 영업이익률은 지난 2013년 2분기(10.4%)이후 10년 만에 두 자릿수를 달성했다. 27일 실적 발표가 예정된 기아의 영업이익(전망치 3조1000억원)까지 합치면 현대차·기아 양사는 올해 2분기에만 7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리게 된다. 창사 이래 최대 성적표다.
이 같은 실적 고공행진은 글로벌 자동차용 반도체와 부품수급 상황개선으로 생산이 늘어난 데 이어 북미·유럽·인도 등 글로벌 시장을 중심으로 판매량이 크게 확대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제네시스를 필두로 스포츠유틸리티차(SUV)·전기차 등 고부가가치 차종 중심의 판매 전략뿐 아니라 우호적 환율 효과도 수익성을 높인 요인이다. 이로써 2개 분기 연속 상장사 영업이익 1위 자리를 지킬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