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 러시아 1개 은행 빼고 러 금융거래 막힌다

러 은행 스위프트 퇴출 후폭풍
스베르방크도 이달 거래 중단
비제재 은행과도 거래 못해
은행권 "사실상 대북 제재급"
국내 수출입 기업 타격 불가피
  • 등록 2022-03-04 오후 6:05:38

    수정 2022-03-04 오후 7:59:49

[이데일리 서대웅 기자] 이르면 다음주 초 러시아 내 1개 은행을 제외한 한국과 러시아 간 금융거래가 사실상 막힐 전망이다. 1개 은행도 이달 넷째 주(21~25일) 중 금융거래가 차단된다. 금융권에선 “대북 제재급”이란 반응이 나왔다. 러시아와 무역하는 국내 회사와 현지 법인의 피해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반전 시위에서 시위 참가자가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로고와 러시아 국기가 새겨진 팻말을 들고 있다.(사진=AFP)
비제재 은행 터줄 ‘중개 은행’ 찾기 어려워

4일 은행권에 따르면 VTB방크, 방크로시야, 방크 오트크리티예, 노비콤방크, 소브콤방크, 프롬스비야지방크(PSB), VEB 등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가 오는 12일부로 퇴출키로 한 러시아 대형 은행 7곳에 대한 금융 거래가 이르면 다음주 초, 늦어도 오는 10일쯤 차단된다.

스위프트 결제망은 송금과 수취 메시지를 교환하는 일종의 금융 메시징 서비스다. 국내 은행이 스위프트 전신문(자금거래와 관련한 메시지)과 함께 돈을 보내더라도 러시아 은행이 이를 확인하고 계좌주(고객)에게 입금해야 상호 간 거래가 종결된다. 이 과정이 최소 2~3영업일이 소요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동남아시아나 동유럽 국가 간 거래에선 수취 은행이 전신문 확인, 계정 처리, 대금 입금 등을 미루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했다. 11일까지는 제재대상 7개 은행과 거래할 수 있지만 이에 앞서 송금 등 업무가 처리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앞서 미국이 제재 대상(SDN)으로 지정한 러시아 최대은행인 스베르방크는 이번 스위프트 제재 대상에서 제외돼 오는 26일까지 거래할 수 있다. 하지만 금융위원회가 지난 2일 국내 은행권에 내린 지침에 따라 신규 거래는 불가능하다. 유예기한 내 기존 거래를 모두 종결하라는 것이다.

미국과 스위프트가 제재한 러시아 은행은 총 8곳이지만 이밖의 러시아 은행과도 거래가 어렵다. 국내 은행이 러시아 은행과 거래할 땐 ‘중개 은행’을 거치는 게 일반적이다. 국내 은행이 달러를 송금하면 중개 은행이 루블화로 환전해 러시아 은행에 보내는 식이다. 대부분 미국 대형 은행이 중개 역할을 맡고 있다. 국내 은행으로선 제재 대상이 아닌 러시아 은행과 거래하는 다른 중개 은행을 찾아야 하지만 쉽지 않다. 당국 관계자는 “사실상 러시아 모든 은행과 거래가 차단될 전망”이라고 했다.

이는 러시아 기업과 수출입 거래를 하는 국내 기업이 대체 계좌를 만들기 어렵다는 의미다. 스위프트를 대체할 수 있는 결제망도 없다. 러시아가 구축한 결제 시스템인 러시아금융통신시스템(SPFS)과 중국의 자체 국제결제망(CIPS)이 거론되지만, 이는 금융 메시징 서비스가 아니다. 해당 국가 통화(루블화·위안화)로의 결제를 청산하는 시스템이다. 한국은행 결제시스템인 ‘BOK와이어’와 유사하다.

하나·우리銀 현지법인 통한 신규거래도 어려울듯

러시아에 현지 법인을 둔 국내 은행을 이용하면 이론상 무역금융은 가능하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러시아 현지 법인이 있다. 현지 법인이 별도의 중개 은행 없이 비제재 대상 은행과 직접 거래하거나, 국내 기업과 거래하는 러시아 기업에 계좌를 만들어주면 된다. 이 때문에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에 신규 계좌를 만드는 국내 기업이 최근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하나·우리 러시아 법인이 당장 비제재 은행을 찾거나 러시아 기업과 새로 거래를 틀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루블화 가치가 폭락하는 등 러시아 국가 리스크가 커진 마당에 신규 거래는 익스포저(위험노출액)를 확대하는 꼴이어서다. 은행들은 국가별로 익스포저 한도를 설정하는데 러시아에 대해선 한도를 기존보다 축소할 가능성이 크다. 기존 기업고객도 거래 축소가 불가피한 셈이다.

국내 수출입 기업과 러시아 현지 기업은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사실상 대북 제재급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자 정부는 4일 이번 사태로 피해를 본 국내 기업에 2조원 규모의 긴급 금융지원에 나섰다. 신규 유동성을 공급하고 기존 차입금 만기를 연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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