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는 23일 범야권 단일후보로 확정된 직후 이렇게 심경을 밝혔다. 10년 전 무상급식 주민투표 무산으로 시장직에서 물러난 뒤 더불어민주당에 자리를 내준 원흉으로 불린 오 후보의 심정을 대변하는 대목이다. 오 후보가 물러난 이후 보수정당은 서울시장 탈환에 번번이 실패했다. 그때마다 오 후보는 소환됐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 경선 과정에서도 경쟁자들로부터 끊임없이 과거의 잘못된 판단에 대한 지적을 피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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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을 향해서는 일침을 가했다. 오 후보는 “지금 저들은 조직선거, 흑색선전 선거, 그리고 인기 영합주의 선거의 삼각파도를 세차게 몰아오고 있다”며 “저는 그 역사를 거스르는 파도를 반드시 넘어서서 물거품으로 만들어내고야 말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민주당은 시민 여러분의 뜨거운 분노마저도 두려워하지 않는 무능하고 무도한 오만방자한 알량한 조직으로 거대한 서울시민의 민심을 이기려고 하고 있다”며 “어떠한 거대한 조직도 분노한 민심을 이길 수 없음을 반드시 깨우쳐 주십시오. 저는 깨어 있는 시민 여러분들로부터 무서운 심판의 철퇴가 내리쳐질 것으로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오 후보는 민주당의 네거티브 공세를 ‘괴벨스식 선전 선동’이라고 규정했다. 특히 박영선 후보의 서울시민 재난위로금 10만원에 대해서는 “공약의 탈을 쓴 신종 돈 봉투 선거”라고 깎아내렸다.
10년 野人…3번의 정계복귀 번번이 실패
오 후보는 선거 기간 내내 상대 후보로부터 맹공에 시달려야 했다. 하지만 유연하게 모든 공세를 받아쳤다. 지난 10년간 야인생활을 하며 쌓인 내공의 저력 덕분이다. 서울시장에서 물러난 뒤 오 후보의 정치 여정은 가시밭길이었다. 그는 정치권 외곽에서 활동하던 중 2016년 총선을 통해 정계복귀를 시도했다. ‘정치 1번지’라 불리는 종로에 출사표를 던졌다. 하지만 정세균 민주당 후보(현 국무총리)와 맞대결에서 패배의 쓴잔을 맛봐야 했다. 그렇게 첫 번째 복귀 시도는 좌절됐다.
이후 2019년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에 도전하며 방향을 선회했지만 이마저도 당시 대세론을 등에 입은 황교안 전 대표에게 막혀 좌절됐다. 지난해 21대 총선에서는 서울 광진을에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후보로 나서 재기를 노렸지만 청와대 대변인 출신의 고민정 민주당 의원에게 석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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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대표와의 연대가 주목된다. 안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을 찾아 “오 후보가 공동선대위원장을 제의하면 바로 수락하겠다”며 지지의사를 확실하게 밝혔다. 협상 기간 내내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인 두 사람이지만 야권승리를 위해 힘을 모으겠다는 것이다. 특히 안 대표의 지원은 오 후보에게 날개를 달아줄 것으로 전망된다. 안 대표는 중도층의 지지를 받고 있다. 반면 오 후보의 지지층은 보수층이다. 안 대표의 지원은 오 후보의 외연확장으로 이어져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안 대표가 국민의힘과의 합당 계획을 밝힌 상황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중도층이 국민의힘 합당을 극우와 연결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중도층의 표심 이반이 우려된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나경원 전 의원, 안 대표를 이긴 오 후보의 파괴력은 있다. 모든 언론이 야권 단일화를 다뤘기 때문에 컨벤션 효과도 상당하다”면서도 “그러나 선거는 2주 후에 한다. 컨벤션 효과가 끝날 때다. 그리고 현재 여론에 불리한 환경도 개선될 수 있다. 여기에 드러나지 않은 민주당 지지자들이 정권교체를 우려해 투표장에 집결할 수 있다는 점도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