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수명 더 길지만 자주 ‘골골’ 이유는

국립보건연구원 제5차 여성건강통계 결과 발표
기대수명 男보다 6년 더 길지만 ‘젠더 패러독스’
  • 등록 2023-10-24 오후 7:04:30

    수정 2023-10-24 오후 7:04:30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여성은 평균적으로 남성보다 더 오래 살지만, 남성보다 건강 상태가 나빠 자주 아픈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이 2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공개한 제5차 여성건강 통계에 따르면 여성의 기대수명은 86.6세로 남성(80.6세)보다 6년 정도 더 길었다. 하지만 2019∼2021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 현재 자신의 건강 상태가 양호하다고 평가하는 여성은 30.9%로 남성(37.0%)보다 6.1%포인트 낮았다.

김유미 한양대 의과대학 교수는 “일반적으로 건강하지 않아서 더 빨리 사망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여성이 오래 살지만 건강하지 않은 ‘젠더 패러독스’ 현상은 여러 국가와 사회에서 일관되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원인으로는 △만성질환 유병률 △사회경제적 지위가 미치는 영향 △사회구조적 원인 △의료제도 이용률 등 사회문화적 맥락 △성별 회복탄력성 차이 등이 제시됐다.

실제로 여성은 폐경 후 고혈압, 고지혈증 등 심혈관질환을 유발하는 혈중지질농도 등이 높아지면서 만성질환을 앓는 경우가 많다. 65세 이상 여성 고혈압 유병률은 66.3%로 남성(58.5%)보다 높았다. 올해 여성 노인 인구는 약 532만6000명으로 여성 노인 고혈압환자는 353만1000명으로 추정된다. 남성은 약 244만2000명이다.

높은 골관절염, 골다공증 유병률도 여성의 질병 부담을 증가하는 주요한 원인이다. 여성 노인 골관절염 유병률은 46.4%로 남성 노인의 약 3배다. 주로 남성에게 발생하는 암으로 알려진 폐암, 췌장암의 여성 발생률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여성의 폐암 발생률은 2000년 기준 인구 10만 명당 15.5명이었지만, 2020년엔 19.3명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여성 췌장암 발생률은 10만명당 4.9명에서 8.2명으로 증가했다. 유방암 발생률도 같은 기간 10만 명당 28.0명에서 2020년 77.1명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신체 건강뿐 아니라 여성의 정신 건강 상태도 남성보다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9∼2021년 국민영양건강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인 여성의 스트레스 인지율은 32.4%로 남성(28.4%)보다 높았다. 우울장애 유병률도 여성은 6.7%로 남성(4.8%)보다 높았다. 코로나19가 유행한 2020년에 25∼34세 여성의 우울장애 유병률은 11.9%로 다른 연령대와 비교해 높게 나타났다.

남녀 간의 신체활동 실천율의 차이도 좁혀지지 않고 있다. 성인 여성의 근력운동 실천률은 16.4%로 과거에 비해 개선됐으나 남성(32.7%)에 비해 매우 낮았다. 유산소 신체활동 실천율 또한 남성의 87% 수준이었다. 여성의 연령대별 현재 흡연율은 25~34세 젊은 여성의 흡연율이 10.3%로 가장 높았으며, 고위험음주율은 35~44세에서 큰 폭으로 증가(6.1% → 9%)해 가장 높았다.

박현영 국립보건연구원장은 “여성건강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건강을 증진하는 데 중요한 출발점”이라며 “앞으로도 여성건강에 대한 지속적인 통계 산출과 다양한 연구개발을 통해 우리나라 여성이 건강한 삶을 사는데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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