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서울 강남구 ‘래미안 대치 팰리스’에 전용면적 84㎡형을 보유한 1주택자 A씨는 올해 아파트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로 약 1372만원을 부과받았다. 3년 전(669만원)과 비교하면 두 배 넘게 늘었다. 보유세를 매기는 기준인 공시가격이 16억8800만원에서 26억7600만원으로 뛰었기 때문이다. 내년 A씨 보유세 부담은 약 1286만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2020년 수준으로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반영률)을 낮추기로 한 정부 정책에 따르면 공시가격이 약 23억3400만원으로 감소하기 때문이다. 기존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에 따른 공시가격(31억1170만원)을 적용했을 때 보유세(1529만원)보다 15% 줄어든다.
|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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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가 문재인 정부에서 마련한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에 칼을 빼들었다. 시세와 공시가 역전, 보유세 부담 가중 등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이날 국토부 공시제도 개선을 위한 전문가 자문위원회가 공개한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핵심은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2020년 수준으로 되돌리는 것이다. 국토부가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을 바꾸려는 건 공시가격 상승으로 세금 부담이 가중되고 있어서다. 2025~2035년까지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90%까지 높인다는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대로면 집값이 ‘제자리걸음’만 해도 공시가격과 보유세 부담이 늘어난다. 올해만해도 공시가격 상승률(17%) 중 3%포인트가 공시가격 현실화에 따른 상승분이다.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낮추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데일리가 22일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동산팀장에 의뢰해 로드맵 수정안에 따른 주요 아파트 단지 공시가격을 조사한 결과 서울 성동구 ‘왕십리 텐즈힐’ 전용 84㎡형 내년 공시가격은 12억274만원으로 추산되지만 수정 현실화율을 적용하면 10억6568만원으로 낮아진다. 보유세도 386만원에서 320만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동대문구 ‘래미안 크레시티’ 전용 84㎡형 공시가격과 보유세도 현실화 계획 수정 전후 각각 11%(10억6997만원→9억4804만원), 5.4%( 293만원→277만원) 감소한다.
남영우 국토부 토지정책관은 “최근 경제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공시가격을 2022년 수준으로 동결하면 여전히 시세-공시가 역전 가능성이 있고 공시가격 제도에 대한 수용성도 (확보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자체가 조세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에 따르면 고가 주택은 중·저가 주택보다 현실화 속도를 빠르게 하기로 했는데 이는 곧 고가 주택 보유자의 세금 부담이 중·저가 주택 소유자보다 더 급격히 늘어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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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이후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이 더 과감하게 수정될 가능성도 크다. 조세재정연구원은 앞서 공청회에서 내년 하반기 이후 부동산 시장 상황에 따라 공시가격 로드맵 최종 목표 자체를 수정하자는 의견을 냈다. 다만 일각에선 정부가 부동산 가격 하락, 조세 부담 증가 등 현안에 대응하기 위해 세법 개정 등 근본적인 해결법 대신 공시가격 현실화율 하향이라는 손쉬운 방법을 택했다는 비판도 있다. 자칫 공시가격 신뢰성·형평성을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정흔 경제정의실천연합 상임집행위원은 “적정 공시가격을 어떻게 평가할 건지 정하면 되는 것이지 정권에 따라 시세 반영률이라든지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안정성 없이 개정하는 게 맞는지는 의문이다”며 “부동산 시황에 따라 반영률을 조정해선 안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