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은 감사원법 제24조에 명시된 직무 감찰 범위에 따라 선관위에 대한 감사는 적법하다는 입장인 반면, 선관위는 헌법 제97조를 근거로 자신들은 직무 감찰 제외 대상이라고 반박했다. 감사원은 10월 즈음 감사를 마친다는 계획이지만, 선거 업무에 대한 자료 제출을 놓고 두 기관의 갈등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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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은 3년마다 진행되는 선관위에 대한 정기 감사의 일환이라는 입장이지만, 그동안은 주로 일반 행정이나 회계 감사에 국한됐다. 선거 관리와 같은 선관위 ‘고유 업무’에 대한 직무 감찰은 이례적이란 평가다. 감사원 관계자는 “기관 운영에 대한 전반을 살피겠지만, 그중에서도 ‘소쿠리 투표’ 논란이 워낙 큰 이슈가 됐기 때문에 같이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쟁점은 대통령 소속 기관인 감사원이 헌법기관인 선관위의 고유 업무에 대한 감찰 권한이 있느냐다. 선관위 관계자는 “선관위를 헌법상 독립기관으로 설치한 것은 각종 선거 사무를 처리함에 있어 이해관계인 등 외부로부터 부당한 영향이나 간섭을 배제하고, 중립적이고 공정하게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선관위는 감사원의 직무 감찰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선관위가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이 아니라고 본 근거는 헌법 제97조다. 해당 조항은 ‘국가의 세입·세출의 결산, 국가 및 법률이 정한 단체의 회계검사와 행정기관 및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감찰’을 감사원의 직무 범위로 규정하고 있다. 선관위는 행정기관이 아닌 헌법상 독립기관이기 때문에 감사원의 직무 감찰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지적이다.
반면 감사원의 해석은 다르다. 감사원법 제24조는 감사원의 직무 감찰 범위를 ‘행정기관의 사무와 그에 소속된 공무원의 직무’로 규정했고, 직무 감찰 제외 대상으로는 ‘국회와 법원, 헌법재판소 소속 공무원’을 명시했다. 국회 등과 달리 선관위는 제외 대상으로 적시되지 않아 직무 감찰 대상에 포함된다고 봤다.
권 원내대표는 “선관위가 감사원 감사 대상이냐는 것에 대한 법률적 논쟁은 무의미하다”며 “감사원 대상이든 아니든 간에 자청해서 외부 기관의 감사를 받겠다고 요청하는 게 옳다”고 강조했다.
논란의 소지를 차단하기 위해 감찰 대상을 보다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통제 없는 기관은 없다. 독립 기관이라고 해서 감사를 안 하면 그 기관은 누가 감시하느냐”며 “다만 감사 대상을 명확히 하도록 법을 개정하는 것은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