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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를 표방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21세기 ‘황제’와 ‘차르’로 각각 묘사되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중국, 그리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러시아, 유럽연합(EU)을 탈퇴하려는 영국, 극우 포퓰리즘 열풍이 일고 있는 유럽 등 세계 곳곳에서 권위주의가 피어오르고 있다. 글로벌 경제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가 무역전쟁의 방아쇠를 당기기 일보직전이다.
푸틴 ‘차르’·시 ‘황제’‘…공산주의 독재 회귀·新냉전 우려↑
18일(현지시간) 러시아 대통령 선거에서 76.41%의 지지율로 압승을 거둔 푸틴은 집권 기간을 오는 2024년까지 늘렸다. 2000년 이후 대통령으로 20년, 총리직으로 물러나 있었지만 실권을 쥐고 있었던 4년까지 포함해 총 24년을 집권, 아오시프 스탈린 이후 가장 오랜 기간 러시아를 통치한 지도자가 됐다. ‘21세기판 차르(러시아 황제)’다. 푸틴은 이날 모스크바 중심부 광장에서 열린 지지자 모임에서 “러시아를 위해 함께 큰 일에 임하자”며 승리를 선언했다.
막강한 권력을 앞세워 정적들을 제거해 온 영향도 있지만, 푸틴의 장기집권에 국민들이 반발하지 않는 이유는 미국과 어깨를 견줬던 냉전시대의 향수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자유를 억압하는 강압적인 통치, 여전한 빈곤 문제 등에도 러시아 국민 대다수가 푸틴 체제 하에서 자국의 위대함을 과시하는 걸 중시한다”고 전했다. 권위주의에 대한 갈망이 크다는 얘기다.
중국과 러시아의 장기집권 체계 구축은 ‘공산주의’ 독재시대로의 회귀 우려를 낳고 있다. 두 국가가 친밀하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푸틴 대통령은 시 주석의 롤 모델로 잘 알려져 있다. 또 두 정상은 공식적으로만 22차례나 만나는 등 밀월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각종 글로벌 사안들을 놓고 국제기구 등에서 서방세계에 함께 맞서는 모습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외교정책분석가 블라디미르 프롤로프는 워싱턴포스트에 “푸틴 대통령이 긴장을 완화할 계획 없이 긴장을 고조할 계획만 가지고 있다”며 러시아-중국 연합과 서방국가들 간 신냉전 분위기가 더욱 고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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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위주의를 되살리려는 움직임은 비단 중국과 러시아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다. 자유민주주의, 자유무역주의의 선봉장이었던 서방국가 대표국 미국에서도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3일 공화당 후원자들과 가진 비공개 오찬에서 “그(시 주석)는 이제 ‘종신 주석(president)’이 될 것이다. 그걸 해낼 수 있다니 대단하다”며 장기집권을 부러워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역시 그가 얼마나 권위를 세우고 싶어하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유럽의 민주주의도 위기에 봉착했다는 진단이다. 폴란드, 헝가리 등 동유럽 국가들은 물론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 대다수 서유럽 국가들에서도 극우 포퓰리즘 정당이 힘을 얻고 있다. 영국은 EU에서 탈퇴하는 길을 택했다. 스타인 린젠 옥스포드대학 명예교수는 이날 ‘해밀튼 스펙테이터’ 잡지 기고문에서 “국제 질서의 힘이 중국, 러시아 같은 공격적인 권위주의 국가로 실리고 있다”며 “유럽은 브렉시트와 포퓰리즘으로 불안한 민주주의의 연합체가 됐다. 폴란드, 헝가리, 체코 등 중유럽 국가들은 1당 독재 강화의 권위주의에 빠져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미국은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보호무역주의를 표방, 자유무역주의를 향한 지난 수십년 간의 노력을 퇴색시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수입산 철강·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글로벌 무역전쟁을 촉발시키려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