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송주오 기자] 역대급 순이익을 기록한 금융권의 ‘상생금융’ 윤곽이 나왔다. 국회에서 논의 중인 ‘횡재세’ 분담금 규모인 2조원을 기준으로 구체적인 방안이 나올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최대한의 범위 내에서 국민 눈높이를 맞추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0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금융지주회장단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이 원장, 김 위원장, 이석준 농협금융지주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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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20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8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농협·BNK·JB·DGB) 회장단과 간담회를 개최하고 상생금융 방안을 논의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금융권의 역대급 이자수익 증대는 금융을 이용하는 국민들의 역대급 부담 증대를 의미”라며 금융지주 수장들을 압박했다. 이 원장도 “업계 스스로 국민들의 기대 수준에 부합하는 지원방안을 마련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금융지주 회장단과 상생금융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힘줘 말했다. 특히 “한 금융지주 회장은 ‘(상생금융은) 규모와 방법 측면 모두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면 안 된다’고 말했다”며 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간담회가 상생금융을 위한 첫 단계라며 구체적인 지원 규모는 논의하지 않았다고 했다. 다만 야당을 중심으로 발의된 횡재세(금융소비자보호법 개정안)의 분담금이 2조원에 달하는 지적에 “국회에서 최소한 이 정도는 바라고 있다는 것을 지주사들이 인식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상생금융의 규모가 횡재세를 기준으로 마련될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구체적인 방안 중 하나로는 ‘캐시백’을 거론했다. 김 위원장은 “어려운 분이 많지만 특히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제일 먼저 신경 써야 할 취약계층이라고 생각해 이들을 대상으로 (지원을) 시작할 것”이라며 “기본적인 지원 방향은 기금을 만드는 것보다는 은행들이 이자로 많이 벌었으니 그것에서 (소상공인의) 부담을 덜어주는 원칙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새 대출에 대한 이자 경감보다는) 기본적으로 기존에 대출받은 분들의 부담이 많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분들을 대상으로 (지원책을 펼칠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금융권의 대규모 상생금융 방안이 배임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지적에는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일축했다.
그는 “중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영업 관점에서 봐도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이 부담이 가능하도록 이자비용을 낮춰주는 건 좋은 일”이라며 “자영업자 금리를 낮춰준다고 부채가 크게 늘어나기보다는 오히려 금융 건전성이 더 좋아진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원장도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의 생업 현장이 무너지지 않는 게 은행에도 이익이 된다”라고 덧붙였다.
상생금융은 보험, 증권 등 다른 업권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연말에 금융지주뿐 아니라 은행, 증권, 보험사 CEO도 같이 한 번 만나 여러 의견을 나눌 것”이라며 “각자 업권에 맞는 형태로, 예컨대 보험사의 경우 고객 특성에 맞는 (상품을 개발하는) 그런 논의도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경질설과 관련 “이 자리 있는 동안은 (직을) 하는 것”이라며 “발령 나면 가는 것이다”라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