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삼성전자가 3나노(㎚=10억분의 1m)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정 양산에 발 빠르게 나선 것은 고성능 컴퓨팅(HPC), 인공지능(AI), 6세대 이동통신(6G) 등 분야에서 고성능 반도체 칩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어서다. 3나노 이하 파운드리 매출은 앞으로 4년간 매년 배로 성장할 전망이다. 시장은 빠르게 커지고 있지만 사실상 메모리반도체와 마찬가지로 독과점 체제로 바뀌고 있기 때문에 최첨단 기술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 ▲3나노 파운드리 양산에 참여한 파운드리사업부, 반도체연구소, 글로벌 제조&인프라총괄 주역들이 손가락으로 3을 가리키며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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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3나노의 매출이 올해부터 발생해 2024년에는 5나노 공정 매출을 넘어서고 2025년까지 연평균 85%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7나노 공정의 증가율은 0.1%, 5나노 증가율은 7.5%에 불과하다. 3나노 이하 파운드리 공정 기술을 보유한 반도체업체만 살아남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이 같은 시장 성장세에 힘입어 빠르게 덩치를 키울 것으로 예상된다. 옴디아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의 지난해 매출을 약 169억달러(21조 9700억원)으로 전망했다. 이는 파운드리 사업부 자체 매출이 집계된 2018년 117억달러(15조2100억원)와 비교했을 때 연평균 13% 수준으로 고성장해왔다는 의미다.
현재 7나노 이하 첨단 선단 공정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곳은 삼성전자와 TSMC뿐이다. 올 1분기 파운드리 점유율(매출 기준)은 TSMC가 53.6%, 삼성전자가 16.3%로, 지난해 4분기에 비해 격차(37.3%포인트)가 보다 커졌다. 4나노 공정 수율 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퀄컴 등 주요 팹리스(반도체 설계회사)들이 물량을 TSMC에 더 맡겼다는 소식이 전해질 정도로 삼성전자 파운드리 위기감이 컸었다.
하지만 이번 3나노 기술 확보로 삼성전자는 TSMC 추격의 발판을 다시 만들었다. 시장에서는 팹리스 업체들이 TSMC와 삼성전자에 동시에 물량을 맡기면서 양사 간 경쟁을 촉발시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TSMC의 독주는 팹리스에 달갑지 않다. 독점과 같은 시장지배적 지위를 활용해 반도체 위탁 생산 비용을 올릴 경우 팹리스의 수익성은 악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TSMC를 추격하면서 적극적인 가격 경쟁에 나서는 게 팹리스에 유리하다.
여기에 메모리반도체와 달리 시스템반도체는 공급 부족 현상을 보이고 있어 삼성전자의 반도체 수탁 물량은 자연스레 늘 수밖에 없는 점도 긍정적이다. 또 팹리스 업체들이 지정학적으로 중국의 침공 우려가 있는 대만 TSMC 외에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한국 삼성전자에 물량을 보다 늘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파운드리산업은 고객을 확보해야 성장이 가능한 업종으로 최첨단 기술력을 보유하지 않으면 고부가가치 반도체칩 수주가 불가능하다”며 “삼성전자가 선단공정 캐파 확보를 위해 전례 없는 투자에 나서고 있는 만큼 메모리반도체 성장만큼 파운드리 성장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