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장 안돼, 퇴출해야” vs “투자처 해외로 옮기라고?”

가상화폐 엇갈린 시각에 하루종일 변동성 ↑
정부 VS 업계 신경전 속 가격 20%까지 ↓
  • 등록 2018-01-11 오후 5:40:09

    수정 2018-01-11 오후 5:40:09

[이데일리 오희나 기자] 정부가 가상화폐(암호화폐) 거래소 전면 폐쇄 카드를 꺼내 들면서 가상화폐 시장이 ‘시계제로’ 상태에 놓였다. 비트코인 가격이 순식간에 20% 가량 곤두박질치고 일부 투자자는 가상화폐 규제를 반대하는 국민청원에 나서는가 하면 한 변호사는 헌법소원에 나섰다. ‘가상화폐 시장이 도박판’이라는 정부와 ‘가상화폐 폐지가 정답이냐’고 항의하는 투자자 사이에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은 해외 거래소로 가상화폐를 이동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11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가상화폐에 대한 우려가 굉장히 커 법무부는 기본적으로 거래소를 통한 거래를 금지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라며 “일단 정부 입법안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가상화폐라 부르는 것도 정확치 않은 표현으로 ‘가상증표’ 정도로 부르는 게 정확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법무부는 거래소 폐쇄 일정을 구체적으로 공개할 수는 없지만 관련 부처와 합동으로 중간에 여러 대책을 마련해 집행한다는 계획이다.

정부의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방안이 나오자 투자자들이 잇따라 투매에 나서면서 가상화폐 가격이 돈두박질치고 있다. 비트코인은 이날 한 때 전 거래일보다 20% 가량 급락하면서 1800만원대까지 떨어지다가 오후들어서야 일부는 낙폭을 줄여갔다. 이더리움, 리플 등 대다수 가상화폐 가격도 비슷한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가상화폐 금지 청원글이 올라왔고 한 청원글에는 5만3000여명이 참여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해외 가상화폐 거래소로 ‘사이버 망명’을 시도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정부 입법안이 마련되려면 민주적인 절차가 있어야 하는데 무조건 폐쇄를 위한 법안을 추진하는 것이 가능하냐며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정희찬 안국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가상화폐 거래소를 폐쇄한다는 것은 법률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면서 “가상화폐는 없어도 되지만 없앨 근거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달 30일 헌재에 ‘정부의 가상통화 관련 긴급대책 등 위헌확인’ 헌법소원심판을 냈다.

정 변호사는 “정부 입장에서는 가상화폐 시장이 국가의 기본적인 통제를 벗어나고 있어 시간을 벌어 규제를 마련하고자 하는 의도로 보인다”며 “규제가 필요하다는데는 공감하지만 내용을 떠나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헌법과 법률 규정에 따라 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거래소 폐쇄라든지 금지 일변도로 갈게 아니라 투자자와 거래소 사이의 불공정행위 등에 대해 투자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데 방점을 두는게 먼저”라고 덧붙였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법무부가 입법안을 실제로 마련한다면 대한민국은 가상화폐를 법으로 금지한 최초의 나라가 된다”며 “거래소 폐쇄안이 어떤 근거와 방향에 의해 추진해야 하는데 오로지 폐쇄를 위한 방안을 정부 입법으로 추진하다는 게 말이 되냐”고 따져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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