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배출가스 눈속임' 국내 파장도 일파만파

폭스바겐 "한국 수입차 상관없다" 주장도 못믿어
환경부 내달 조사 결정…경실련 조사확대 촉구
독일차 이미지 치명적, 현대기아차 반사이익 기대
  • 등록 2015-09-22 오후 7:04:14

    수정 2015-09-22 오후 7:04:14

[이데일리 김보경 기자] 미국에서 적발된 폭스바겐 그룹의 배기가스 배출량 눈속임 사건의 파장이 국내에서도 커지고 있다. 환경부가 다음달 해당 차종에 대한 조사를 결정한 가운데 시민단체에서는 정부의 조사 범위를 더 확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번 폭스바겐 스캔들이 폭스바겐 그룹을 넘어서 독일차 전반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기미 마저 보이고 있어 국내 자동차 시장에 미칠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환경부 “국내 판매차량 조작가능성” 내달 조사

환경부는 23일 미국에서 눈속임 문제로 리콜된 차량 중 파사트를 제외한 골프와 제타, 비틀, 아우디 A3 등 4개 모델에 대해 다음달 초 검사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미국에서 ‘유로 6’ 환경기준에 맞춰 인증받은 차들이 문제가 됐는데 파사트는 아직 국내에 유로6 인증을 받은 차가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에 제외됐다.

폭스바겐코리아는 미국에서 배기가스 배출량 눈속임으로 리콜 및 판매중단이 결정된 직후 “한국에 수입된 디젤차는 유럽형으로 문제가 된 미국형과 달라 관계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환경부는 이번 조작 사건이 국내에 수입된 차에도 해당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미국에서 문제가 된 차량도 우리나라로 수입되는 유럽식 차량”이라며 “보다 자세한 내용은 조사를 마친 후에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제리콜 못해… 경실련 “조사범위 확대해야”

환경부가 국내에서 판매된 차량에서 이를 밝혀내도 리콜과 판매중지 등 강제적인 행정처분은 내릴 수 없다. 환경부 관계자는 “수시검사에서 차량의 부적합이 밝혀지면 현행 대기환경보전법에 의해 리콜과 판매중지가 가능하다”면서도 “이번처럼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임의조작했을 때 리콜 등을 해야한다고 명시한 규정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환경부가 조사결과를 공표할 방침이어서 폭스바겐 그룹의 자체적인 리콜 여부도 관심이 모아질 전망이다.

경제정의실전시민연합(경실련)는 이날 환경부가 해당 차종 조사를 결정하자 조사 범위를 더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환경부는 세관을 통관해 판매대기 중인 신차를 대상으로만 장치 조작 여부를 파악할 계획으로, 이미 시중에 판매된 차량에 대해서는 조사를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문제의 차종들은 국내에 6만여대가 판매됐다.

경실련은 “정부가 신차뿐만 아니라 시중에 판매된 차량에 대해서도 즉각적인 조사를 실시할 것을 촉구한다”며 “이번 문제에 대해 한·EU FTA 통상문제 등을 우려하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폭스바겐은 한국에서도 미국에서 한 조작행위를 시행한 것으로 확인되면 소비자에게 사죄하고, 정부의 조사와 제재와 상관없이 자체적인 리콜을 실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수입차 시장 판도 변화·현대기아차 반사이익 기대

수입차 업계는 이번 폭스바겐 사태가 국내 시장에 어떤 파장을 몰고 올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독일 정부가 폭스바겐을 포함한 전체 자동차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배출가스 조작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폭스바겐 외에 다른 업체에서도 유사 사례가 발생한다면 독일차에 대한 신뢰도는 걷잡을 수 없이 추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한국 시장에서 수입차의 급성장은 독일차가 주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유가 시대에 저렴하고 연비가 좋은 디젤차를 ‘클린 디젤’로 홍보하며 차를 판매해왔다. 전체 수입차 시장에서 독일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70%, 디젤차의 비중도 69%에 달한다.

반면 가솔린차를 주로 판매했던 미국차와 일본차는 점유율을 확 줄었고, 국산차도 서둘러 디젤 모델을 확대하는 계기가 됐다. 이번에 문제가 된 차종이 골프와 파사트, 아우디 A3 등은 폭스바겐 그룹의 주력 차종으로 국내 판매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수입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독일 디젤차가 좋은 이미지로 승승장구했는데 이번 사태로 큰 고비를 맞았다”며 “독일 디젤차의 인기가 꺾이면 가솔린차나 국내 완성차의 디젤차가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폭스바겐그룹의 지난해 도요타를 꺾고 세계 자동차 판매 1위에 오른 기업이다. 이에 따라 폭스바겐그룹의 신뢰도 저하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현대·기아차의 반사이익을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 대규모 리콜과 판매중단으로 현대·기아차의 점유율이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이날 현대차와 기아차의 주가는 3%대의 상승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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