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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기만 하는 부동산 뒤엔 끝없는 강남 수요”
이 총재는 이날 서울 관악구 서울대 우석경제관에서 열린 한은·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공동 심포지엄에 참석해 가계부채 증가로 이어지는 수도권 집값 급등의 원인으로 과도한 입시경쟁이 낳은 서울 강남 부동산에 대한 초과 수요를 꼽았다. 이번 심포지엄의 주제는 ‘지역균형발전 정책과 교육 정책의 패러다임 변화’였다.
그는 “지금 고민하는 것은 왜 수도권 부동산 가격은 떨어지지 않고 조그만 충격만 있어도 급등하는 구조가 형성돼 있는가 하는 문제”라며 “수도권 부동산, 특히 강남 부동산에 대한 초과 수요가 상시 잠재해 있는 우리 사회의 구조가 가장 중요한 원인”이라고 짚었다.
개인적인 안타까움도 토로했다. “미국에서 뛰어노는 아이들, 행복하게 노는 아이들 보다가 국내에 들어와 보니 놀이터에도 아이들이 없다. 찡그리고 힘든 아이들만 보니 이게 맞는 건가 싶었다”며 “자녀가 어떤 학교를 가는 게 부모의 성적표라고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아이들은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첫걸음이다. 이런 방향에서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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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개혁 더 미뤄선 안돼…“태풍만 아니라면 지붕 고쳐야”
이 총재는 “이러한 구조적인 제약을 개선하려고 하지 않고 단기적으로 고통을 줄이는 방향으로 통화·재정정책을 수행한다면 부동산과 가계부채 문제는 지난 20년과 같이 나빠지는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라며 “이번 금통위 결정은 한번쯤은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사실에 대한 경각심을 주고, 이번 정부가 지난 20년의 추세를 처음으로 바꿔주는 정부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제 우리에게 해 날 때를 기다려 구조개혁을 추진할 여유가 없다”고 단언했다. “지금은 태풍만 아니라면 날씨가 흐려도 지붕을 고쳐야 하는, 즉 단기 경제정책과 구조개혁을 함께 추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진단이다. 그는 이날 심포지엄에서 한은이 현 입시제도의 문제점을 완화하기 위해 대안으로 제시한 ‘지역별 비례선발제’가 “다소 파격적일 수 있지만 시도해 볼만한 좋은 제안”이라며 “정부 정책이나 법제도를 손대지 않더라도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교수님들이 결단만 해주신다면 큰 파급효과를 일으키고 나쁜 균형에서 벗어나는 단초를 제공하는 시작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지역별 비례선발제는 대학이 자발적으로 대부분의 입학정원을 지역별 학령인구 비율을 반영해 선발하는 방식이다. 2002년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제안했던 ‘지역 할당제’와 비슷하다. 한은은 지역별 비례선발제를 실시하면 지역 간 소득수준과 사교육 환경 차이가 입시에 주는 영향을 줄일 수 있다고 봤다. 현재 부모의 소득이나 거주지역 등에 따라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구체적인 실행 방안과 관련해선 신입생을 뽑을 때 지역별 합격자를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고3 학생 비율의 0.7~1.3배가 되도록 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이 총재는 폐회사 말미에도 행사에 참석한 서울대 교수들의 이름을 하나씩 호명하면서 “교수님들이 결정해 주시면 된다. 그렇게 하면 사회가 바뀐다”며 “지금은 행동해야 할 때”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