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검찰은 이목이 집중됐던 ‘윗선’ 배임 공모 또는 ‘50억 클럽’ 등 정관계 및 법조계 로비 의혹에 대해선 단 한 줄을 적시하지 못하며, 그간의 ‘부실수사’ 논란을 끊어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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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2인+민간사업자 3인 ‘짜고 친’ 대장동 개발사업
24일 이데일리가 입수한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와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에 대한 26페이지 분량 공소장은 상당 부분이 이들과 공사 측 유동규 전 기획본부장, 정민용 전 투자사업팀장(변호사)이 공모한 배임 혐의에 집중됐다.
‘바통’은 유 전 본부장과 정 변호사가 넘겨받았다. 김씨는 2015년 초 정 회계사로부터 공사의 이익을 축소하고 민간사업자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선 공모지침서에 들어가야 하는 7가지 필수조항이 있다는 설명을 듣고 이를 유 전 본부장에 전달했고, 유 전 본부장은 정 변호사에게 공모지침서에 이를 그대로 반영하도록 지시했다고 한다. 정 변호사는 이후 유 전 본부장의 지시에 따라 민간사업자 선정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화천대유가 참여한 성남의뜰 컨소시엄이 다른 두 컨소시엄 대비 높은 점수를 받도록 불공정하게 개입하기도 했다.
특히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이들 5인이 외관상 공평성을 확보하기 위해 머리를 맞댄 정황이 담겨 눈길을 끈다. 김씨와 남 변호사는 2015년 1월 공모 신청을 준비할 당시 정 회계사에 ‘민간이 공공보다 이익을 많이 가져가는 것처럼 보이면 안 되니, 공공이 더 많이 가져가는 모양새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에 정 회계사는 민간과 공공이 50대 50으로 이익을 분배받는 것처럼 보이도록 평당 최소 1500만원으로 예상되던 택지개발 이익을 평당 1400만원으로 축소한 사업계획서를 작성했다.
◇뇌물·횡령도 적시했지만, 윗선·로비는 여전히 ‘빈 손’
하지만 검찰은 이번 공소장에서 대장동 의혹의 큰 줄기인 ‘윗선’ 배임 공모와 ‘50억 클럽’ 등 정관계 및 법조계 로비 의혹에 대한 내용은 전혀 담아내지 못했다.
공소장 곳곳에서는 ‘김씨는 성남시의회 의원 등을 상대로 활발한 로비작업을 벌였다’는 로비 정황, 또 이른바 ‘추가이익 환수 조항’을 놓고 벌어진 공사 내부에서 벌어진 갈등 상황 등이 담겼다. 그러나 로비 관련 대상 등 구체적 범죄사실은 물론, 최종 인허가권자인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나 정진상 전 성남시 정책실장 등 성남시 관계자들에 대한 내용은 전무하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윗선 배임 공모나 로비 의혹은 현재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만큼 일단 공소장에선 뺀 뒤 추후 관련 수사가 완료되면 공소장 변경을 시도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두 달여간의 수사가 잘 안됐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특수통’ 출신 변호사는 “검찰의 기소 보도자료를 보면, 통상 담기는 사건경과가 빠져 눈길이 갔다. 타임라인에 그만큼 빈 공간이 많다는 것을 검찰도 잘 아는 것”이라고 꼬집었다.